'히어로는' 박소이 "이름보다 배역 그 자체로"[TF인터뷰]
2012년생이지만 사춘기 중학생 완벽 소화
"장기용 아빠, 실제 아빠처럼 챙겨줘"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사춘기가 아직 안 와 중학생을 연기하기 어려웠다"는 초등학생 박소이는 그러나 그 걱정을 완벽하게 씻어냈다. 자신의 연기력으로 '박소이' 세 글자가 아닌 '복이나'라는 배역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다.
9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 이하 '히어로는')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 복귀주(장기용 분)가 운명의 여자 도다해(천우희 분)를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박소이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히어로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작품 속 흐트러진 단발머리가 자신의 것이라고 밝히며 "현장에서 더 부스스하게 돌돌 말았는데 날이 더워 부해 보였다. 스태프가 '가발인데 덥지 않냐'고 물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아울러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원래 히어로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히어로가 되지 못하고 능력을 잃어버린 이야기는 색다르다고 생각했다"며 "뒤로 갈수록 마음 아픈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캐릭터가 성장하고 밝아져 뭉클해졌다"고 전했다.
극 중 박소이는 복귀주의 딸이자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복이나 역을 맡았다. 사람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능력 특성상 사람들의 악의에 쉽게 노출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휴대폰 게임에 빠져 산다.
이런 초능력 때문에 유독 눈 확대 샷이 많다. 평소 눈이 예쁘기로 유명한 박소이지만 "이렇게 가까이 찍을 줄 몰랐다"고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눈이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이나처럼 초능력이 있다면 '슬플 것 같다'고 설명해 그 이유를 궁금케 했다.
"카메라가 가까이 오는데 렌즈가 검정색이니까 눈 같고 뭔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눈이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혼자 차에 있을 때 (그 말을 되새기며) 웃은 적도 있어요.(웃음) 처음엔 초능력을 갖고 싶었는데 그 초능력 때문에 이나가 상처받은 걸 알고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복이나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댄스 동아리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 짝사랑하던 한준우(문우진 분)와 만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극 말미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이나가 얼마나 밝게 성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2년생인 박소이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극 중 중학교 1학년을 연기했다. 앞서 4월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박소이는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아 이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속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교복을 2년 더 일찍 입어봐서 좋았단다. 또 진짜로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춤을 잘 출 수 있을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가니 모든 시선이 집중돼 부끄러웠어요. 중학생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이른 경험을 했어요. 중학교 들어가면 댄스 동아리 해보고 싶어요. 사실 별생각 없었는데 이번 촬영으로 생겼어요. 아직 사춘기가 안 오기도 하고 이나와 다른 가정환경이라 (몰입하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나의 마음과 감정을 알아보려고 대본을 여러 번 읽고 공감하려 노력했어요."
대화가 단절된 삭막한 복씨 집안은 도다해가 등장하고 변화가 생긴다. 이 중 복이나는 아빠와 얽힌 오해를 풀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는다. 실제 촬영장 역시 진짜 가족을 연상케 할 정도로 훈훈했다고 한다. 박소이는 '기용 아빠' '우희 이모' '수현 고모' '만흠(고두심 분) 할머니'라고 선배들의 호칭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역인 최광록과는 친구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나가 원래 소심하고 작은 아이였지만 자신감도 생기고 가족에게 의지하고 당당해져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했어요. 촬영할 때 할머니가 직접 제 앞에서 울어주시기도 했고요. 모두 제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어요. 그래서 힘들기보다 재밌고 쉽게 촬영할 수 있었고요. 기용 아빠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챙겨주시고 진짜 아빠처럼 대해주셨어요. 크록스랑 편지도 주셨어요."
박소이는 작품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장면으로 3가지를 꼽았다. 9회에서 아빠와 이야기하는 장면, 마지막 회에서 아빠와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 그리고 댄스동아리 부장 혜림이(김수인 분)와 화해한 장면이다. 아빠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종영 후에도 오래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9회에서 아빠랑 대화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잖아요. '아빠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는 오해가 있었는데 이를 풀고 사이가 좋아져요.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된 장면이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에요. 마지막 회에서 춤을 추며 아빠한테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건 '이제 나는 투명 인간도 아니고 색깔과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혜림이랑은 오해가 쌓였잖아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친해질 수 있어 다행이에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스며들며 점차 밝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이기에 실제 학교생활이 문득 궁금해졌다. 박소이는 수영을 좋아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다재다능한 모범생이었다. 또 휴대전화 중독인 이나와 다르게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배우 외 가지고 싶은 직업으로 망설임 없이 '의사'를 답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놀아요. 그림도 그리고요. 책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도서관 책을 정리하고 명단도 작성하며 독서를 많이 하게 됐어요. 책이랑 한발 가까워졌죠. 원래 이나처럼 휴대폰 게임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독서를 더 많이 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히어로는' 보고 있다고 말 해주고 저를 검색하더라고요.(웃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의사를 하고 싶어요. 일단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수영이랑 피아노를 더 연습할 거예요."
학교생활과 작품 촬영을 완벽하게 소화했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박소이다. 끝으로 박소이는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전했다. 사람들이 '박소이'라고 기억하기보다 작품 속 이름으로 기억하면 좋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 역시 배려심 깊고 친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소이라는 세 글자 보다 '이나' 등 배역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다음 작품에선 좀비를 하고 싶은데요. 좀비는 몸도 많이 쓰고 뛰어다녀서 재밌을 것 같아요. 분장이 좀 무섭긴 한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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