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1억 넣었다면... 韓 증시 1억6000만원, 美는 3억4000만원

이경은 기자 2024. 6. 1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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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에 같은 돈 투자했다면
2억8000만원·2억6000만원

한국 증시를 등지고 해외로 넘어가는 ‘주식 이민’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지는 투자 성과 격차 때문이다. 1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 총주주수익률(배당 포함)은 연평균 5%로, 미국(13%), 일본(11%), 대만(10%)보다 낮았다.

만약 10년 전에 1억원을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지금 1억6000만원 정도이지만, 미국 증시에 넣었다면 3억4000만원이 됐다는 얘기다<표 참고>.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며 우상향한 지난 10년 동안, 한국 증시는 나 홀로 박스권에 갇혀 버린 결과다.

16일 블룸버그·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일본·대만·인도 등 20개 주요국 중 14곳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률도 눈부시다. 올해 대만 증시가 AI 붐을 등에 업고 24% 올랐고, 미국 나스닥지수가 18%, 일본 닛케이평균이 16% 올랐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3.9% 오르는 데 그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올해 글로벌 증시 강세는 엔비디아를 위시한 AI(인공지능) 반도체 주식들이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올해만 174% 올라 ‘갓비디아(영어 God와 엔비디아의 합성어)’란 별명까지 얻었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는 “19세기 미국 서부 금광 개발 열풍이 불던 골드러시 당시 곡괭이와 삽을 파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었는데, 지금 AI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사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AI 관련 신제품 개발이 늦어지면서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고,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7만8500원에서 지난 14일 7만960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상승률 1.4%로, 코스피 상승률(3.9%)보다 초라하다. 인내심이 바닥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6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4조3000억원 어치 내던졌다. 전체 순매도 종목 중 1위다.

지난 달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는 개인 투자자 이모씨는 “한국 증시는 작전 세력 장난이 너무 심하고 테마 위주로만 움직여서 초보에겐 난도가 너무 높다”면서 “미국 증시는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거래도 투명해서 누구나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해서 돈 벌기가 쉽지 않자,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도 버블 붕괴 이후 30년간 증시가 장기 횡보하면서 ‘어차피 안 돼병(どうせダメ病)’이란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개인이나 기관 모두 일본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않아 점점 시장은 활력을 잃었고, 해외 핫머니가 들어와서 일본 주식을 사줘야 주가가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이른바 ‘사오팔떨 함정’에 빠졌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한국 경제는 수출 위주여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가 널뛴다”면서 “변동성이 커도 배당이 안정적으로 많이 나오면 괜찮은데 한국 시장의 과거 20년 배당 수익률은 1.7%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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