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밤 10시, 공안이 찾아왔다
韓 본사와 나눈 ‘위챗 대화’ 본 것처럼
6·4톈안먼 35주년 취재계획 물어와
중국의 ‘진짜 모습’은 이런 것인가
지난달 31일 오후 10시10분쯤 누군가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한 사람이 “6·4와 관련해서 당신 회사의 보도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왔다. 결국 이게 결론이었다. 6·4는 톈안먼 사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주말이 지나면 곧 톈안먼 사태 35주년이 되는데 그에 대한 보도 계획이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한 방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도 읽혔다. 그들은 또 “중국에 대한 가짜뉴스 말고 ‘진짜 중국’에 대한 것을 보도해달라”고도 강조했다.
15분가량의 방문을 끝내고 돌아가기 전에 공안들은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했다. 부임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얘기가 뜬금없이 들렸지만 ‘그렇게 하겠다. 그러면 연락처라도 달라’고 대꾸하자 “근처 파출소를 찾아가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안들이 돌아간 뒤 미심쩍은 부분이 몇 가지 머리를 스쳤다. 실은 이들의 방문 이틀 전 한국의 데스크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톈안먼 사태 35주년 관련 대화를 나누다 ‘1일이나 2일에 (톈안먼광장을) 한 번 둘러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위챗 대화 내용을 중국 공안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혹이나 우려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처럼 바로 찾아와 1일과 2일 취재일정을 묻고 중국 법률 준수를 강조하는 것은 대놓고 “우리가 보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읽혔다. 다른 특파원들의 집에는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런 의심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기자의 귀가 시간은 오후 10시쯤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20분 후에 문을 두드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리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의심일 뿐이지만 위챗 내용을 들여다본 것처럼 위치정보까지 한눈에 꿰고 있는 것일까.
공안들이 찾아와 강조한 ‘진짜 중국’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이런 의심이 모두 터무니없는 것이고 정말로 오직 법규에 근거해 우리 집만, 우연의 일치로 그 시간에 찾아온 것이라 쳐도 한밤중의 방문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는 국가안전기관이 법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전자장비, 시설 등에 대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내용의 ‘국가안전 기관 행정 집행 절차에 관한 규정’ 등이 7월부터 시행된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중국에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이 휴대전화 검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안전부는 위챗 계정을 통해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일부 해외 반중 세력이 퍼뜨린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조건과 대상, 절차가 모두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을 실제로 겪고 나니 이런 우려가 그저 유언비어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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