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칼럼] 금리인하의 득실
인플레 우려에 Fed 금리인하 늦춰
韓 경기침체… 인플레 가능성 낮아
환율만 안정된다면 금리인하 유리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말로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것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조기 금리인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와 스위스 그리고 스웨덴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금리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금리를 인하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과 ECB 중 어느 곳을 따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금리인하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이득 또한 많다. 먼저 내수경기를 살릴 수 있다. 고금리 지속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와 투자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비록 수출이 늘어나 성장률 전망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수침체는 고금리 지속으로 심화되고 있다. 금리인하의 경우 이자부담 감소로 소비여력이 늘어나면서 내수가 진작되어 서민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
금융부실 확산도 막을 수 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내수침체로 지금은 비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만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곧 자영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금리인하는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을 줄여서 금융부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는 것도 금리인하의 배경이다. 한국과 미국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서로 다르다. 미국은 경기가 호황이어서 수요증대로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한국은 경기는 침체국면에 있는데 환율과 공공요금 그리고 원자재가격과 임금 등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수요견인형의 경우는 금리인하가 물가를 높일 수 있지만 비용상승형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또한 금리인하로 늘어날 수는 있지만 경기침체나 주택가격 상승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경기침체로 생계형 대출이 늘어날 수 있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구입용 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유출 또한 금리차이 외에도 환율과 연관이 있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은 금리인하로 내수경기가 부양될 경우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은 비용과 수익을 비교해서 결정한다. 비록 비용이 존재해도 그 수익이 더 크면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와 금융부실 확산을 우려해서 하반기부터 완화적 통화정책 선택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미국 경기호황 국면이 지속되어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경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고금리의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상당 기간 호황 국면이 지속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웰스파고 은행은 인공지능(AI)과 전기자동차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제조업의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10년간 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인하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그 비용보다 이득이 더 클 수 있어 환율만 안정세를 보인다면 한국은행은 조기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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