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종이신문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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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은 손들어 보세요? 어제 신문을 읽은 학생은? 미디어를 다루는 수업을 할 때면 의무처럼 던지는 질문이다.
미디어 현상을 공부하는 학과의 학생들이 이런 정도이니 종이신문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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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기사를 일주일에 1건 이상 읽은 경우를 의미하는 ‘신문열독률’은 하강하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미디어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열독률은 40.9%(2012년), 17.7%(2018년), 8.9%(2021년)로 추락 중이다. 열독 시간도 15.7분(2012년), 4.9분(2017년), 2.7분(2021년)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디어 테크놀로지로서 종이신문이 디지털 미디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이 없는 건 사실이다. 이용의 편리함·선택성·다양성은 물론이고 피드백과 같은 상호작용성에서 약점투성이다. 그래서 인쇄술의 발명 이래 미디어 역사를 개척하고 독주해 오던 신문이 텔레비전과 경쟁 시대를 거쳐 초기 인터넷 등장에 퇴조론을 겪고, 포털사이트 시대에 비관론에 휩싸이고,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 시대에 소멸론에 봉착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종이신문만큼 저널리즘을 위해 전문성과 노동 및 시간을 들이는 미디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올해 2월에 ‘한국언론학보’에 게재된 연구는 종이신문이 지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초판(인터넷판)을 발행한 이후 2판(지역배송용)과 3판(수도권 배송용) 편집을 위한 집요한 노력을 보여준다(‘신문의 지면 편집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배진아·윤석민). 연구에 응해준 신문사 편집국에서 61일 동안의 참여관찰을 통한 1799개 초판 기사 분석은 2판에서 86.4%(1576건)의 내용 수정, 7.7%(141건)의 새로운 기사 추가, 6.4%(116건)의 기사 삭제를 보여준다. 초판 기사의 12.2%(223건)만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3판에서는 수정 56.0%(1024건), 추가 3.1%(5.6건), 삭제 3.2%(59건), 2판 기사의 유지가 44.2%(808건)였다. 제목의 표현력, 내용의 정확성, 팩트 강화, 가독성 개선과 같은 지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과정은 인력과 편집체제를 갖춘 주요 종이신문의 일상이다.
지면 완성도는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전문인력의 집단 지성이 도출하는 결과라는 점에서 좋은 저널리즘의 핵심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특정 관념과 목적에 사로잡힌 극단론자들이 ‘기레기 저널리즘’과 같은 흉측한 이름으로 종이신문을 매도하는 건 편집과정의 진정성을 도외시하는 무지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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