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배 더 연습”…일반인 콩쿠르에서 자폐 피아니스트가 대상

안준현 기자 2024. 6. 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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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신주용씨./이기주씨 제공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제4회 글로벌아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렸다.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타란텔라(Tarantella)’가 울려 퍼졌다. 8분의 6박자 춤곡에서 4·3·2번 손가락을 바꿔가며 초고속 연타(連打)를 해야 해 ‘극악 난도’로 유명한 이 곡의 연주자는 중증(발달장애 2급) 자폐 피아니스트 신주용(23)씨였다.

8명이 경쟁한 일반부에서 신씨는 대상을 받았다. 비장애인 7명과 경쟁해 얻어낸 성과다. 대상 발표에 신씨는 어머니 이기주(53)씨를 껴안고 울었다. 어머니 이씨는 “일반인과의 경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콩쿠르는 올해가 4회로 역사가 짧다. 신씨를 제외한 수상자 전원이 중국인이었다. 신씨를 지도하는 안소연(59) 교수는 “다른 콩쿠르에서도 장애인이 대상을 받은 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피아노의 왕’이라고 불린 리스트의 어려운 곡을 마치 로봇처럼 정확히 연주하는 모습에 수상을 직감했다”고 했다.

2001년 8개월 미숙아로 태어난 신씨는 두 살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쉬운 동시(童詩) 하나 외우지 못하고, 행동도 어눌했다. 자폐 치료를 위해 여덟 살 때부터 음악 치료를 했다. 어린 신씨는 ‘음악 치료 받으러 가자’는 말에만 반응할 정도로 피아노에 관심을 가졌다. 이씨는 “당시 음악 치료 선생님이 ‘소질을 발견한 것 같다’며 꾸준한 피아노 연습을 추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신씨는 2020년 세종대 미래교육원(음악학 전공)에 입학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안소연 교수에게 피아노 수업을 받는다. 안 교수는 “일반 학생들보다 2~3배는 열심히 연습해 일반인이 한 달 걸리는 악보 암기를 일주일 만에 해낸다”고 했다. 신씨는 수상 소감을 묻는 본지 질문에 “자폐가 있다고 일반인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콩쿠르 대상으로 ‘편견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도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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