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뭉터기 인하’ 드라이브…대물림 심화·세수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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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상속세 제도는 지난 10여년간 '뜨거운 감자'였으나 어느 정부도 손을 대지 못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공제 한도 등 일부 비합리적인 부분은 손질할 필요가 있지만 상속세율 인하는 한국은 소득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견줘 크지 않은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율 조정은 세수 부족과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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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상속세 제도는 지난 10여년간 ‘뜨거운 감자’였으나 어느 정부도 손을 대지 못했다. 중소기업 특정 업종에 한해 세 부담을 덜어주는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미세 조정만 이어졌다. 여기에는 낮은 소득세에서 비롯된 안정적 세수 확보의 필요성은 물론 부의 대물림 현상을 줄이는 장치로서 상속세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법인세 중심의 감세 드라이브를 걸었을 뿐 상속세엔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한국방송(KBS)의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속세 전면 개편론’에 가까운 구상을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그가 언급한 △최고세율 30% 안팎으로 인하 △자본이득세 전환 등은 지난 10여년간 학계와 정부 일각에서만 거론된 방안이다. 토론 대상에 머물러온 구상을 성 실장이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불과 다섯달 전만 해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관련 정책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1월18일 성태윤 실장)며 신중론을 보인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합리적 방안을 위해 노력할 것”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와 같은 유보적인 입장을 비쳐왔다. 이날 성 실장이 밝힌 개편 방향 중 기재부는 피상속인이 아닌 상속인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만 중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었다.
상속세 손질 필요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유산취득세 도입이나 자본이득세로의 전환과 같은 근본적 개편까지는 아니더라도 현행 상속세제엔 논란이 될 만한 요소도 있어서다. 공제금액 한도가 대표적이다. 상속세 과세 대상 금액에서 빼주는 ‘일괄공제액’ 5억원은 1997년 이후 한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그간 물가상승률과 자산 가액의 변화가 상속세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성 실장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확정된 방침은 아니다. 전반적인 방향만 제시한 것이라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성 실장도 새달 정부가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담긴다거나 시행 시점 등을 언급하진 않았다. 세제 당국인 기재부 쪽은 다소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상속세제는 국민 정서를 봐가며 조금씩 개편해나가야 할 사안인데 명목세율 인하가 언급돼서 다소 당황스럽다. 아직 정부안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속세 개편안이 이번 세법 개정안엔 담기지 않더라도 개편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과세 대상자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고액 자산가 세금’이라는 상속세 성격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22년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1만5760명으로 4년 전인 2018년(8002명)에 견줘 두배 가까이 불어났다. 물론 피상속인 중 과세 대상자 비율은 5%에 못 미친다.
다른 방향의 개편론이 부상할 여지도 있다. 구체적으로 불평등 축소, 근로의욕 고취와 같은 전통적 의미에 무게를 둔 상속세 강화론에서 한발 나아가 다른 세대에 견줘 자산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그에 따른 세수 확보의 필요성에 바탕을 둔 상속세 강화론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 때 악화된 재정 건전성 확보란 맥락에서 상속세 강화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공제 한도 등 일부 비합리적인 부분은 손질할 필요가 있지만 상속세율 인하는 한국은 소득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견줘 크지 않은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율 조정은 세수 부족과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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