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라시코의 승자는 LG였다
8-8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LG 선두 타자 문보경이 롯데 여섯 번째 투수 김도규를 상대로 좌익 선상 2루타를 때리자 16일 밤 잠실야구장 1루 측 LG 응원단 함성이 커졌다. 기나긴 승부를 마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데시벨(dB)을 끌어올렸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신민재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4시간 25분 혈투를 끝냈다. 9대8 LG 승리.
전날은 반대였다. 6차례 역전을 주고받는 4시간 55분 공방전 끝에 롯데가 9대8로 이겼다. 롯데가 1-0, 1-2, 3-2, 3-4, 6-4, 6-7, 7-7, 8-8 숨막히는 공방전을 이어간 끝에 9회 나승엽이 결승타를 때리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6일에도 롯데가 에이스 윌커슨의 6이닝 3실점 역투를 앞세워 7회까지 8-3으로 크게 앞서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LG가 8회부터 화력을 집중하며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3-8로 뒤지던 8회 5안타를 집중시키며 6-8로 간격을 좁혔고, 9회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두들겨 8-8 동점을 만든 뒤 10회말 기어코 역전을 이끌어냈다.
LG와 롯데 맞대결은 ‘엘롯라시코’라 불린다.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엘 클라시코(El Clasico)’를 흉내 낸 용어다. 객관적 전력과 다르게 변화무쌍한 승부와 신경전이 자주 펼쳐진다. 한 팀이 크게 앞서다가도 흐름이 바뀌면서 갑자기 무너지기도 한다. 이번 ‘엘롯라시코’에선 15일 롯데 김태형 감독, 16일 염경엽 LG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해 퇴장당했다. ‘엘롯라시코’의 상징적인 시리즈는 2011년 4월에 펼쳐진 시즌 두 번째 3연전으로, 당시 두 팀은 안타 84개 사사구 23개를 주고받는 난전을 펼친 끝에 LG가 2승1패로 우위에 선 바 있다. 역대 전적은 LG가 385승 24무 353패로 앞서 있다. 주말 3연전을 2승 1패로 끝낸 LG는 두산을 제치고 2위로 복귀했다. 롯데는 다시 8위로 내려앉았다.
LG에서 올 시즌 초 롯데로 이적한 손호영은 4회 중전 안타를 때리며 2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1997년 쌍방울에서 뛰었던 김기태 전 감독을 밀어내고 이 부문 단독 5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KBO리그 기록은 박종호가 현대 시절 2003~2004, 두 시즌에 걸쳐 기록한 39경기다. 손호영은 올 시즌 롯데에서 52안타를 때려내며 LG에서 4년간 친 안타 기록(40개)을 이미 넘어섰다. 그는 이날도 1-1로 맞선 5회 3점 홈런으로 균형을 깼으나 후속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승리 주역이 되진 못했다.
선두 KIA는 수원 구장에서 KT를 3대1로 누르고 3연승으로 선두를 굳게 유지했다. 선발 황동하가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시즌 20세이브를 달성해 구원 1위인 오승환(삼성)에게 1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오승환은 창원 NC전에서 9회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4대5 패전 멍에를 썼다. NC 손아섭은 전날 리그 두 번째로 2500안타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이날 9회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로 안타 1개를 추가하며 이 부문 통산 1위 박용택(2504개)과 차이를 3개로 좁혔다.
한화는 대전에서 선발 하이메 바리아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SSG를 4대1로 눌러 김경문 감독에게 대전 구장 첫 승리를 선사했다. 지난 3일 한화 사령탑에 오른 김경문 감독은 1무4패 끝에 6번째 홈 경기에서 승장이 됐다. 순위도 롯데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고척에선 키움이 두산을 8대2로 이겼다. 키움 김혜성은 1회말 자신의 첫 번째, 리그 두 번째 그라운드 홈런을 때렸다. 키움 선발 하영민이 7과3분의1이닝 2실점 호투로 5승째를 거뒀다.
프로야구는 지난 15일 5개 구장에서 총 8만6295명이 입장, 누적 관중 503만8521명으로 시즌 345경기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종전 최단 기록 2016년 425경기를 80경기 앞당겼다. 역대로는 2012년 332경기에 이어 두 번째다. 16일 잠실, 수원, 대전에서 치러진 3경기가 만원 관중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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