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노래하고, 방시혁 기타치고…‘K-팝 거물들’ 최초 한 무대 [고승희의 리와인드]
박진영 트리뷰트 무대 선 방시혁
국경·세대·인종 초월한 화합의 장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은 국경, 나이, 인종을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박진영)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무대가 현실이 됐다. ‘BTS의 아버지’ 방시혁은 기타를 쳤고, 한국 대중음악계의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 박진영은 ‘난 여자가 있는데’를 불렀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거물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16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에서 박진영과 방시혁이 한 무대를 꾸몄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어수선한 상황이었으나, 이날 방시혁 의장은 영락없는 음악인이었다.
“고갈되지 않는 열정으로 긴 시간 파격적인 도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시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아티스트, 에술의 경계를 넘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 JYP.”
세븐틴 우지의 소개와 함께 박진영은 등장했다. 도심형 음악 페스티벌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는 박진영의 트리뷰트 무대가 마련됐다. 지난 30년간 쌓인 박진영의 히트곡을 후배들이 재해석했고, 박진영은 단독 무대부터 합동 무대까지 아우르며 위버스콘을 빛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가득 메운 1만 명의 관객을 놀라게 한 순간은 방시혁이 등장했을 때였다. 기존 라인업에서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던 그는 위버스콘의 마지막 회차 무대에 올라 기타와 피아노 연주로 ‘친한 형’의 무대를 함께 했다.
방시혁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일렉트로닉 기타로 바꿔 메며 연주에 푹 빠졌고, 무려 ‘기타 솔로’까지 들려줬다. 박진영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의 연주에 맞춰 ‘난 여자가 있는데’의 춤을 추며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방시혁이 화면에 잡힐 때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도 함성이 가득 찼다.
노래를 마친 박진영은 “이왕 시혁이를 무대로 올린 김에 굉장히 많이 써먹으려고 한다”며 “25년 전 저랑 시혁이가 구멍 뚫린 모기장으로 들어오는 모기에 물려가며 동고동락 할 때 만든 노래를 들려드리겠다”며 ‘거짓말’, ‘촛불하나’까지 이어갔다.
박진영 콘서트를 방불케한 이틀간의 트리뷰트 무대의 첫날엔 아일릿, 투어스(TWS), 보이넥스트도어, 더 뉴식스가 함께 했고 둘째날엔 백호, 프로미스나인 지원, 엔하이픈 희승, 제이, 투모로우투게더 범규가 연말 시상식과 같은 무대를 꾸몄다.
박진영은 “제가 만든 음악을 들려드린지 30년이 됐다”며 “여러분이 제 음악을 즐겨주고 들어주시는 것 만큼 후배 뮤지션이 제 음악을 드려주고 아껴주는 것이 큰 의미”라고 트리뷰트 무대를 함께 하는 소감을 들려줬다. 무대를 마칠 때까지 박진영은 몇 번이나 “내 동생, 시혁아 고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위버스콘’은 세대와 장르, 국적을 초월한 24팀의 K-팝 스타들이 함께 했다. 이틀간의 공연은 야외 무대인 위버스 파크 공연과 실내 공연인 위버스콘으로 구성, 팬들과 만났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의 축제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K-팝 업계를 아우르는 음악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K-팝 막내 라인 투어스, 아일릿부터 K-팝 사상 가장 완벽한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동방신기의 두 멤버 김준수 김재중, 한국 대중음악의 한 페이지인 박진영까지, K-팝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한 자리에서 완성됐다. 24팀 중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는 9팀으로, J-팝 아티스트 요아소비 이마세도 함께 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그룹은 세븐틴이었다.
둘째날 무대에 오른 플레이브도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플레이브가 단독 팬콘서트가 아닌 음악 페스티벌 무대를 꾸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레이브는 “음악이라는 파도를 타고 꿈이 현실이 되는 우리만의 새로운 시티를 뜻하는 위버스콘의 메시지인 ’뉴 웨이브 뉴 시티(NEW WAVE NEW CITY’)‘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룹이 플레이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첫 음악 페스티벌이었으나, 이날 플레이브는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해외 K-팝 팬들이 위버스콘에 찾아오는 것은 이 곳에 오면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들을 모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웬슈자이(22) 씨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엔 올해 처음 와봤는데 많은 K-팝 가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세븐틴을 가장 좋아하나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좋아하는데 이 많은 가수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위버스콘엔 6월에 빼곡하게 채워진 K-팝 이벤트를 모두 섭렵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콜롬비아에서 온 레길런(27) 씨는 “2주 전에 한국에 와서 방탄소년단 페스타에 간 뒤 어제 오늘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보고 내일 돌아간다”며 “위버스콘은 콜롬비아의 음악 페스티벌과 달리 모두가 방방 뛰며 음악을 즐기는 것이 무척 재밌고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세븐틴 원우, 세븐틴 원우”, “엔하이픈 정원”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 우산을 꺼내쓴 10대 후반~30대 중반의 K-팝 팬들은 너나 없이 파란색 포토카드를 들고 애타게 ‘최애’의 이름을 불렀다.
중국에서 온 제시(17) 양은 “세븐틴 원우의 팬인데 오늘 랜덤으로 받은 포토카드를 교환하고 싶어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의 이벤트 체험존 앞. 이 곳에선 포토카드 교환을 위한 다국적 팬들의 목소리가 애타게 울려 퍼졌다.
이날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선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 모두에게 출연 아티스트의 미공개 셀카 포토카드를 한 장씩 선물했다. 새로운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수십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K-팝 팬들의 입장에선 공연 관람 못지 않은 최고의 이벤트인 셈이다. 팬들에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선택이 아닌 ‘랜덤’이었다는 것. 다인원 그룹일수록 ‘최애’의 사진을 갖게 될 확률이 적어서인지 이날 현장은 기왕이면 원하는 멤버의 ‘포카 입수’를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Z세대 제시 양의 포토카드 교환을 위한 간절한 염원은 하늘이 도왔다. 또 다른 중국인 팬이 세븐틴 원우의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보여주자 제시 양은 ‘꺅’하고 소리를 지르며 “원우”라며 기뻐했다. 제시 양과 포토카드 교환을 위해 그는 위버스 어플에서 ‘리무브(Remove)’ 버튼을 누른 뒤 실물 사진을 건넸다.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같은 국적, 같은 그룹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금세 친구가 됐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특별한 점은 공연과 함께 K-팝 팬덤의 경험 확장을 위한 다양한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MZ 세대에게 인기인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에선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K-팝 그룹들이 영상으로 사진 찍는 포즈를 알려줬고, AR 기술이 적용된 포토월을 통해 ‘위버스 라이브’를 체험, 내가 아티스트가 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올해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선 지난해에 이어 ‘위버스 줄서기(Weverse Queues)’ 신청을 통해 땡볕에서의 긴 기다림 없이 원하는 부스에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위버스콘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접속 후 방문을 원하는 부스에 대기 그룹을 선택하면 줄서기 신청이 완료, 알림 메시지를 받게 된다”며 “기존엔 부스별로 2~3시간이 걸려 입장해야 하는데 줄서기 신청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이벤트를 즐기는 등 관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개발했다”고 귀띔했다. 물론 이러한 줄서기 시스템에도 현장에서 미리 대기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 덕분에 현장의 혼잡함도 덜 수 있었다.
올해 페스티벌에선 관객 모두에게 손목에 착용하는 응원밴드를 무료로 제공한 것도 큰 특징이다. 손목의 응원밴드가 관객들이 가지고 온 아티스트의 응원봉과 함께 연출, 손을 흔들기만 해도 공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제시 양은 “음악 공연을 보는 것만 해도 즐거운데 포토카드도 선물받고 인생네컷도 찍고, 여기에서 세븐틴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올해 처음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와봤는데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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