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엑스’ 좌초 위기가 남긴 질문…‘제4이통’ 필요한가?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 자격을 취소하면서 향후 ‘제4이통사 정책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난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통신 3사 과점 체제를 신규 사업자를 통해 흔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다시금 확인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납입과 주주 구성에서 법령에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주파수 할당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결국 이 회사가 당초 제시한 2050억원의 자본금을 채우지 못한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제4이통사 유치를 7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기간통신사업에 천문학적 금액이 드는 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시장 지배가 공고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23년 통신시장 경쟁 상황 평가 보고서에선 알뜰폰 성장과 통신사 간 점유율 변화에도 국내 통신시장은 여전히 “경쟁 미흡”으로 평가됐다. 정부가 제4이통사에 기대한 것도 이러한 과점 체제를 흔드는 ‘메기’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국회에서 변재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28㎓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에선 이번 결과를 예고하듯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28㎓ 주파수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려면 최소 1조원의 자본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에 “제도 보완 이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과는 시장 상황이 변화했다는 점도 고민이 필요하다. 알뜰폰 가입자가 900만명을 넘어선 데다, 최근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통신 3사 요금 최저구간도 3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전환지원금 도입,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 여파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왜 28㎓여야 하나’라는 질문도 남는다. 28㎓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장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통신 3사도 해당 주파수를 포기했다. 신규 사업자로선 더욱 살아남기 힘든 조건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신규 사업자 유치를 위해 4000억원 규모 정책금융, 기지국 구축 의무 축소 등 파격 혜택을 내놨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의 자격에 대한 우려가 더 컸던 측면도 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등록제로 바뀌면서 재정적 측면 등을 검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노출됐다”며 “국가기간사업인 만큼 기본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정책 지원을 내놨어야 하는데 진입 장벽을 낮췄으니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4이통사의 필요성은 유효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진입시키기 위한 통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다음달 초까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후보 자격 취소 관련 청문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완납 시점을 주파수 할당 이후로 해석하며 과기정통부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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