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 제패해 대상 1위 된 노승희…“네? 진짜요?”
노승희는 16일 충북 음성군의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김수지를 4타 차로 제친 노승희는 KLPGA 투어에서 12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게다가 노승희는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국여자오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2006년 신지애 이후 18년 만이다. 2011년부터 4라운드로 대회가 개편된 이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건 노승희가 처음이다.
노승희는 “아마추어 때 이 대회에 처음 나왔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노승희는 화려한 이름값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2020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3년 차 때까지는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KG 레이디스오픈에서 서연정(29)과 연장전을 벌인 끝에 패하고 준우승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는 첫 우승 전까지도 성적이 꾸준했다. 앞서 12개 대회에서 컷 탈락이 한 번도 없었고 톱10에 5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중 4번은 5위 이내에 들었다.
4타 차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 전반 2번홀(파4)에서는 첫 우승 도전에 긴장한 듯 더블보기가 나왔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살짝 못 미쳤는데 칩샷을 시도하다 뒤땅을 치고 말았다. 네 번째 샷은 핀을 지나갔고 1m 거리의 보기 퍼트마저 빗나갔다.
노승희는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오늘은 신기하게 긴장이 되지 않았다. 2번홀도 긴장해서 나온 실수는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노승희는 “공이 짧은 프린지와 러프 경계에 있었다. 로프트가 서 있는 클럽으로 오르막에 맞춰 어프로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있게 쳤어야 했는데 자신있게 하지 못해 콘택트 실수가 나왔다. 보기로 막을 수 있었는데 더블보기를 해서 아쉬웠지만, 더블보기가 경기 초반에 나와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1타 차까지 추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장기인 정확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12번홀(파4)과 13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노승희는 무명에 가까웠던 2022년과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서만큼은 공동 7위, 공동 9위에 오를 정도로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코스가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저와 잘 맞는 것 같다”며 “제가 청주 출신이라 집에서 대회장까지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1라운드 끝나고만 골프장 근처 숙소에서 잤고 나머지는 계속 집에서 생활했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잘 판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승희는 아이언 샷도 정확해졌지만 정말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동계 훈련 내내 연습한 것이 첫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고 소개했다.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덕에 대상 포인트 1위(257점), 상금랭킹 2위(5억 4882만 776원)로 뛰어오른 노승희는 이 소식을 듣자 눈에 휘둥그레지며 “네? 진짜요?”라고 놀랐다. 그러더니 이내 “대상이나 상금왕은 올해 내 목표 리스트에 없던 것”이라며 우승으로 3년 시드를 받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노승희는 “지난 4년 내내 마지막 대회가 될 때까지 시드에 대한 스트레스를 항상 안고 경기했다. 2027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투어 활동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KG 레이디스오픈 연장전에서 서연정에게 패해 준우승한 건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노승희는 “‘나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다른 분들은 아쉽다고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오히려 제 실력에 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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