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내면 깎아준다더니 폐업?”…‘선결제 먹튀’ 안 당하려면 [법잇슈]

안경준 2024. 6. 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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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헬스장·미용실 등 돈 받고 잠적·환불 불가
합의 안 되면 소송 외에 마땅한 구제방법 없어
3개월 이상 카드 할부 결제… 항변권 활용 가능

최근 ‘선결제 먹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명 치과의사 이수진씨가 스토커의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며 최근 운영하던 치과를 폐업했는데, 이 과정에서 선결제한 치료비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씨는 지난 8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치료비 먹튀는 사실이 아니다”며 “50만원 크라운 치료 환불이 미처 안 된 분이 있어서 내용을 확인하고 환불해 줬다”고 해명했다.

치과의사 이수진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씨의 사레처럼 미리 돈을 받은 뒤 서비스 제공이나 환불 과정에서 탈이 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투명 치과’ 사건에서는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투명치과는 반값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환자를 모집했다. 해당 병원 원장은 치료비를 선납으로 받고 돌연 치료를 중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병원뿐만 아니라 헬스장, 미용실 등 일상에서 등록하는 시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성남시 분당구의 한 미용실 원장이 4300여만원의 선납 회원권을 환불하지 않고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같은 달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수능 이벤트를 열어 수강생에게서 1억원 상당의 수강료를 받은 뒤 돌연 폐업한 유명 필라테스 학원 대표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기도 했다.

◆소송 등 구제 방법 있지만…걸림돌 많아

이처럼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구제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지만 당사자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 민·형사 소송이나 법원 지급명령 신청 등 법정에 갈 경우에도 절차가 까다롭다. 민·형사 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소송 시간과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승소해도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도 없어 선납금이 크지 않은 경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투명 치과 사태도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2월 치과 원장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실 진료에 따른 민사상 채무 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피해자들에게 거짓말을 해 교정비 명목의 금원을 편취했다고 평가하기에 법률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모아보더라도 사기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9년 진료비를 돌려달라며 피해자들이 낸 민사 소송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장기간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병원이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며 진료비는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다만 실제 피해 복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기습 폐업 대비해 할부 항변권 활용 가능

차선책은 ‘할부 항변권’으로 대비하는 방법이 있다. 장기 계약을 할 때 신용카드로 3개월 이상 할부 결제해 추후 기습 폐업에 대응하는 것이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 16조는 △할부계약이 불성립·무효일 경우 △할부계약이 취소·해제 또는 해지된 경우 △할부거래업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할부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등의 조건에선 소비자가 거래업자에게 할부금 지급을 거절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 같은 할부 항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결제할 때 서면 계약서를 잘 챙겨야 한다. 할부거래법 6조에 따르면 할부거래업자는 계약서에 재화 또는 서비스의 종류·내용, 현금가격, 소비자의 항변권과 행사방법 등 할부거래법에 따른 기재사항을 적은 서면을 소비자에게 발급해야 한다. 계약서는 소비자와 할부거래업자 간 분쟁 발생 시 해결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다만 소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항변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지급을 거절했던 잔여 할부금을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며, 지연이자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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