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위기 시대 ‘상하수도 연구조직’이 절실하다
집 앞 사거리가 혼잡하다. 폭 1m짜리 도로에 함몰이 생겨 현장 인력들이 출동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수도관의 누수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듯하다.
집 앞 도로에 대한 유지관리 책임은 구청 등 지자체에 있다. 도로에 대한 설계기준이나 유지관리 등은 국토교통부에서 관할한다. 하지만 날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수돗물과 하수도를 총괄, 관할하는 정부 내 책임 조직은 없다. 더군다나 상하수도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도 사라지는 형국이다.
수돗물은 집까지 오는 데 여러 경로를 거친다. 정수장에서 출발해서 배수지까지는 송수관을 통해, 그리고 집 앞까지는 대체로 직경 1m 정도의 배수관을 통해 배달된다. 고압으로 배달되는 수돗물을 위해 지하 1m 안팎으로 배수관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하수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하수관과 침수 방지를 위한 우수관 등이 수도배수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인체에서 깨끗한 피는 동맥이 운반하고, 더러워진 피는 정맥이 심장으로 이송시키듯이,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물은 실핏줄처럼 연결된 상하수도가 이송하는 것이다.
최근 상하수도 관련 사고 뉴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오송에서는 수돗물 탁수사고가, 이천에서는 유충 발생 소식이 들려왔다. 산업화 시기에 대대적으로 설치된 상하수도 시설은 내구연한을 다해가고 있고, 곳곳에서 위험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아플 때 병을 키워 중병을 만들기보다는 환자가 되기 전 예방을 통해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상수도나 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은 더 그렇다. 제때 유지관리하지 않으면 지금 지불할 비용의 몇배를 써야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비용은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한국 상하수도는 이제 100년을 조금 넘은 역사를 지녔다. 우리보다 100여년이 더 앞선 선진국인 미국은 현재도 새로운 정수시설과 수도관 교체 등 노후 상하수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850억달러 이상의 예산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주요 인프라 시설 보안 강화를 위한 각서를 발표하면서 상하수도 시스템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수장이 늘어나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공공영역인 상하수도 시설에서 향후 20~30년을 대비할 여러 지침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정수처리 조건이 달라지고 있고, 탄소중립을 위해 하수도에서의 에너지 생산 및 저감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천의 녹조라떼 발생에 따른 여러 영향을 검토하고 관리 기준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공서비스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대비할 상하수도 관련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상하수도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풍조가 여러 곳에서 보이다보니 향후 10~20년 이내에 상하수도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생긴다.
상하수도 시스템 붕괴는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초기에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적은 돈과 노력이 들지만, 둑이 붕괴된 다음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들은 그 작은 틈을 찾아내 큰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시설을 갖춘 강력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기반시설에 대해 지속 가능한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권지향 대한상하수도학회장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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