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반지하 주택 문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1.6%. 2020년 7월 이후 3년3개월 동안 반지하 거주 가구 중 주거상향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주한 가구의 비율이다(한국도시연구소, 2024). 끔찍한 폭우로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요란했던 대책 발표와 달리 참사를 막을 수 있겠다는 희망의 숫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여름 장마의 장기화 및 역대급 강수량을 경고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은 차치하더라도, 뻔히 예상되는 사회적 참사마저 무방비하게 반복될 형국이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부터 해결 방안은 명확히 제시되었다.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국가가 보유한 자료에 기반해 반지하 주택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기존 거주자를 빠르게 이주시키고 공공이 제때 매입하면 풀릴 사안이었다. 대통령부터 서울시장까지 비극의 현장을 방문한 마당에, 이렇게까지 방치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책 주체들의 불협화음부터 큰 문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입임대주택이다. 반지하 거주자의 이주를 위한 대안이자 공공의 소유를 통해 통제까지 가능한 정책을 두고 중앙정부, 서울시,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는 20세기에 시간이 멈췄는지 큰 규모의 택지개발을 우선하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는 소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과거처럼 대규모 개발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반지하, 전세사기, 저층 주거지 노후화 등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거 문제를 풀어내는 정책 효과를 외면한 채 시대착오적인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듯하다. 국토교통부는 현장을 찾아가는 행보를 보여 서울시와는 다를 수도 있겠다 기대했으나, 누구의 의지였는지 스리슬쩍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30% 넘게 삭감되었다.
반지하 주택 문제는 저렴한 주택 공급, 비용 지원, 노후 주택 개선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저소득층이 다수인 반지하 거주자가 이주할 수 있는 집과 지원책을 제공하고, 시장에서는 방치될 위험 주택을 공공의 자원을 통해 개선하며 새로운 입주자를 줄여나가는 등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출발도 하기 전부터 각자의 편견과 이해관계로 화음은 깨지고 말았다.
여름은 임박했고 당장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한 전수조사 방식처럼 각 지자체에서 임시적 대비책을 마련해 이번 여름은 넘겨야 한다. 다만 폭우는 올해만 찾아오는 문제는 아닐 테다. 쪽방, 반지하, 고시원 등 혹서기·혹한기 기후재난에 취약한 집들은 즐비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불필요한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집이 위협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표에만 충실해야 한다. 지구는 하루아침에 망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의 아래로부터 조여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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