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원팀’ 농구대회 출전…“휠체어 타는 것 두렵다”면서도 준우승

김세훈 기자 2024. 6. 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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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국대 출신 김병철·정영삼이 휠체어 타는 까닭
김병철, 오동석, 정영삼, 김상열씨(왼쪽부터)가 15일 서울 반포에서 열린 BDH재단 이사장배 어울림 3X3 휠체어 농구대회 시상식에서 2위에 오른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평생 처음 타본 휠체어. 휠체어를 타면서 농구를 하라고? 프로농구 슈퍼스타 출신이지만 정말 어려웠다. 지난 3개월 동안 휠체어를 타고 또 탔다. 그러나 휠체어는 여전히 마음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설프게, 그러나 열심히 휠체어를 몰면서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했다. 남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김병철(51)·정영삼(40)은 “휠체어 타는 게 지금도 너무 어렵고 무섭다”며 “장애인, 비장애인이 농구로 하나가 되는 것은 인생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김병철·정영삼은 지난 1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예빛섬에서 열린 BDH재단 이사장배 어울림 3×3 휠체어 농구대회에 출전했다. 장애인 2명, 비장애인 2명이 모두 휠체어를 타고 하는 3 대 3 농구대회다. 김병철·정영삼은 휠체어 국가대표팀 김상열(41), 오동석(37)과 함께 ‘슈팅 투게더’라는 팀을 구성했다. 슈팅 투게더는 8강을 목표로 삼았는데 예상 밖으로 준우승했다.

김병철은 휠체어를 타고 넘어지는 게 가장 두려웠다. 김병철은 “하체가 고정된 상태에서 건물 쓰러지듯 ‘쿵’ 하고 넘어졌다”며 “혼자 일어서는 것은 지금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손가락이 휠체어에 끼거나 손톱이 깨지는 일도 있었다”며 여러 흉터가 남은 손을 보여줬다. 김병철은 “장애인 2명이 전력의 80%를 차지했고 우리는 20%도 안 됐다”며 “나를 ‘형, 형’으로 부르며 잘 따라준 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영삼은 “발바닥이 아니라 휠체어를 굴리는 손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며 “자유투는 비슷했지만 다른 모든 기술은 장애인 선수들에게 밀렸다”고 말했다.

현재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김상열은 “프로농구 스타들과 함께 농구를 한 게 영광”이라며 “예정된 시간 이외에도 훈련을 열심히 해줘 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키를 타다가 다친 김상열은 2020 도쿄패럴림픽, 2023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했다. 12세 때 큰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오동석은 “다른 팀 비장애인 선수들은 오랫동안 휠체어 농구를 한 베테랑”이라며 “3개월 전 만들어진 슈팅 투게더가 준우승한 것은 4명 모두 자기 몫을 충실히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농구를 하려면 처음 배워야 하는 게 휠체어 타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조종하기다. 단순히 앞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회전, 가속, 급제동, 블록 등을 자유자재로 해야 한다. 김병철은 “휠체어를 타보지 못한 우리와 함께 팀이 돼 많이 가르쳐주고 연습경기도 많이 잡아준 상열이, 동석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정영삼은 “휠체어 타는 건 걸음마 배우는 것과 같았다”며 “장애인 선수들에 비하면 비장애인 선수로 뛰면서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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