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지만 힘차게…그라운드 위 공 차는 우리는 ‘하나’
경기 전 수화·눈빛으로 소통하고
동료 따라 비슷한 방향으로 뛰어
최근 호주와 평가전 11 대 0 대승
그라운드에 들어가도 모두 조용하다. 경기 전 그들이 소통하는 방법은 눈빛, 그리고 수화다. 눈으로, 손으로 의견을 나눈 뒤 경기가 시작되면 그들은 앞에 있는 동료를 따라 함께 움직이고 비슷한 방향으로 모두 뛴다. ESPN은 최근 ‘미국 청각장애 여자축구 대표팀 눈으로 본 축구, 그리고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대표팀 근황을 소개했다.
대표팀은 지난 1일 미국 콜로라도주 코머스시티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치렀다. 주전 공격수 에밀리 스프리먼(35)이 6골을 넣었고 팀은 11-0으로 대승했다. 이 경기는 미국축구협회 사상 처음으로 TV 생중계된 청각장애 축구 경기였고 사상 처음으로 타이틀 스폰서(폭스바겐)도 등장했다. 아미 그리핀 감독은 “오늘 우리는 누군가의 하루를 밝게 만들었고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청각장애 축구는 55㏈(데시벨) 이상 청력 상실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 일상 대화는 30~60㏈, 청소기 소리가 70㏈ 정도다. 경기 중에는 보청기 등 청각 기능 보완 장치를 착용할 수 없다. 결국, 경기 중 소통 방식은 온몸으로 하는 큰 동작뿐이다.
수비수 시드니 앤드루스(31)는 코클리어 임플란트(신체 내부에 삽입된 청각 기능 개선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앤드루스는 “한 선수가 움직이면 모든 선수들도 그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며 “하프타임이 사실상 서로를 살펴볼 수 있는 너무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2022년까지 청각장애 여자 대표팀은 비영리단체 미국청각장애축구협회 소속이었다. 선수들이 각자 돈을 내 장비를 샀고 유니폼이라고는 검은색, 흰색 반바지가 전부였다.
메간 메이왈드 골키퍼 코치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금해야 했다”면서 “우리 자신이 받을 메달의 값을 우리가 낸 셈”이라며 웃었다.
대표팀은 2년 전 미국축구협회 산하로 들어가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SPN은 “지금 미국 청각장애 여자축구 대표팀은 협회 지원 속에 성인 여자 국가대표팀 캠프에서 훈련한다”며 “다양한 색깔의 훈련복과 다양한 장비, 잘 갖춰진 이동수단과 수준급 식사, 좋은 훈련장, 좋은 숙소 등이 제공된다”고 전했다.
미국 청각장애 여자축구 대표팀은 세계 청각장애축구선수권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청각장애올림픽인 데플림픽에서 네 번 정상에 올랐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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