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 핫플" 2030 극찬했는데…"이럴 줄은" 충격 실태 [현장+]

김영리/유채영 2024. 6. 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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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성지' 성수동의 두 얼굴
화려함 뒤 쌓이는 폐기물 '골치'
설치·철거 '무한반복' 성수동 카페거리
쓰레기 봉투·철거 트럭 곳곳에
성동구 사업장 일반폐기물 5년 새 10배
인근 주민 소음 민원도 증가세


/사진=김영리 기자


"여긴 올 때마다 죄다 바뀌어 있으니 도통 지리 파악이 안 되네."

14일 정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 한 시민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지나가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온은 32도까지 올랐다. 단 몇분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흐르는 날씨. 땡볕이 내리쬐는데도 카페거리 골목 안쪽엔 팝업스토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20~30대로 가득했다. 외국인도 심심찮게 보였다. 

경기 성남에서 화장품 브랜드 '힌스'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기 위해 성수동에 방문했다는 20대 대학생 이모 씨는 "올 때마다 달라져 있는 거리의 모습이 좋다"며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은 단연 성수를 '핫플' 중 1등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카페거리 안쪽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만난 인근 주민의 의견은 달랐다. 40대 최모 씨는 "최근 몇 년 새 이곳 유동 인구가 늘어 좋으면서도, 최근엔 공사 소음과 교통 불편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매번 공사를 하고 남은 폐목재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많아 분진에 대한 걱정도 된다"고 푸념했다. 

이날 카페거리 일대에선 팝업스토어를 새로 짓거나, 철거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폐기물 트럭들이 골목을 가로막는 바람에 차량끼리 경적을 울리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리에 덩그러니 버려진 상자부터, 목재, 영업장용 종량제 봉투도 곳곳에 있었다. 

성수동 카페거리 곳곳에 새롭게 설치되거나 철거되는 매장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대(大) 팝업(pop-up)의 시대다. 팝업스토어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 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비에서도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면서, 정식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의 부담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반짝' 열린다는 희소성 덕에 젊은 세대들은 줄까지 선다. 이에 기업들은 내·외관 인테리어에 더욱 힘을 주면서 경쟁에 돌입했다. 이목을 끌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성수동 팝업 전쟁'에 참전한다. 

행사 소품·기획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에서 매월 50~10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그중에서도 성수동은 팝업스토어계 '성지'다. 업계선 전국 팝업스토어의 개최 건수의 절반이 성수로 몰린다고 말할 정도다.

성수동 곳곳에서 보이는 팝업 임대 문의 팻말. /사진=김영리 기자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상가 임차 문의 중 절반 이상이 팝업 문의"라며 "확실히 코로나19 끝나고 이 일대 팝업스토어 개점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보통 일주일을 최소 단위로 본다. 연무장길 일대서 가장 저렴한 건 10평대로 하루 10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20~50평 중형 평수는 하루 300만원, 50~100평 미만의 중대형 평수는 평일 500만원, 주말 800만원 정도로 금액을 책정한다. 최소 계약 기간은 대부분 일주일이다. 초대형 공간은 월 단위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인데 금액이 억 단위인 경우가 많다. 

그는 "요즘 성수는 임대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재계약하면서 임대료가 2~3배씩 오르니 시세를 파악하고 온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성수동 일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김영리 기자


팝업스토어 열풍과 함께 성수동이 위치한 성동구의 폐기물량도 덩달아 늘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의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2018년 연간 51.2톤(t)에서 2022년 518.6톤(t)으로 5년 새 9.12배가량 증가했다. 성동구 전역의 폐기물을 집계한 수치이지만, 업계에선 팝업스토어의 활성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팝업스토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주로 가벽용 목재 널빤지, 현수막, 플라스틱 위주다. 이중 목재를 제외한 폐기물이 '사업장 일반폐기물'에 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33㎡(10평) 내외의 팝업스토어에서 약 1톤(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공사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도 늘었다. 서울시 소음진동 민원현황통계에 따르면 2017년과 비교해 2022년 서울 성동구의 전체 소음 민원 건수는 1207건에서 2916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당분간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 다른 팝업스토어 성지로 여겨지는 '더현대 서울'은 2021년 100여건, 2022년 210건의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440여건의 팝업스토어가 열려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올해에만 벌써 170건의 팝업스토어가 개최됐다.

팝업스토어 산업은 점점 커지는데 정작 팝업스토어에 대한 폐기물 처리 기준은 명확히 없는 상황이다. 건설 폐기물의 경우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이 존재하나 팝업스토어는 폐기물 처리 기준이 모호하다. 관련 기업과 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상황이다.

이에 박람회·팝업스토어용 친환경 가벽과 소품을 제작하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사들이 모두 재활용 가능성보단 설치의 간편함과 심미성에 몰두한다"며 팝업스토어 설치와 철거에도 ESG 관련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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