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대 신설 동·서갈등… 국회의원 특별법 발의도 ‘두쪽’

동부권 “순천대” 서부권 “목포대”
첨예 대립 속 의원들도 편 갈려
“지역 간 갈등 부추겨” 비판 고조

전남지역 의과대학 설립을 놓고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조차 두 쪽으로 나뉘어 특별법을 발의해 눈총을 받고 있다.

16일 전남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남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3월 민생토론회에서 전남지역에 국립의대를 설립할 대학을 추천해 달라는 발언을 근거로 공모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남 동부권은 순천대에, 서부권은 목포대에 각각 의대를 유치해야 한다며 두 지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지역의 30년 숙원 사업인 국립의대를 설립할 대학을 공모로 결정하기로 하고 공모작업을 수행할 용역기관 선정에 나섰다. 6월 말까지 용역기관 선정을 마무리하고 7월 중에는 공모에 착수해 10월까지 최종적으로 추천 대학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순천시와 순천대는 전남도의 추천 대학 선정을 위한 공모에 반발하면서 참여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목포대와 목포시는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이 무산될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두 대학과 주민들에 이어 전남지역 국회의원들도 서로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12일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목포의대 설치 특별법은 목포시에 위치한 국립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입학정원은 100명 내외로 교육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의대 입학생 중 지역공공의료과정으로 선발된 학생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전남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규정했다. 지역공공의료과정으로 선발된 사람에 대해선 입학금, 수업료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14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지역구인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의대 설치에 따른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 특례 등의 근거가 담긴 내용이 포함됐다. 김문수 의원의 대표발의에는 권향엽(순천을), 주철현(여수갑), 조계원(여수을) 등 전남 동부권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에 국립의대 유치를 담은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두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