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된 악뮤 "저희 목소리가 팬들에게 오랫동안 자랑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가수가 안 됐다면요? 어떻게 태어났어도 가수가 됐을 거예요. 저라는 존재와 목소리가 친구들과 팬들에게 오랫동안 자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수현)
남매 듀오 악뮤는 1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10VE'에서 "한 해 한 해 지나가고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지금은 노래"라며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또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한 군데도 빠짐없이 너무 예뻤다"며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생각한 순간들도 돌아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 너무 반짝이고 있었다"고 성숙하게 말했다.
오빠 이찬혁과 동생 이수현으로 이뤄진 이들 남매 듀오는 2012∼2013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2'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우승을 거머쥔 뒤 2014년 정식 데뷔했다.
이찬혁이 써 내려간 깊은 가사와 이수현의 맑고 깨끗한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악뮤는 '200%',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오랜 날 오랜 밤', '러브 리'(Love Lee) 등 숱한 히트곡을 내놨다.
악뮤는 이날 콘서트에서도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10년간 모아 온 음악 꾸러미를 부족함 없이 실컷 풀어놨다. 콘서트는 15∼16일 양일 전석 매진됐다.
이들은 원곡에 머무르지 않고 오케스트라, 라이브 밴드, 안무팀을 동원해 뮤지컬 풍으로 노래를 편곡해 듣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관객에게 안겼다.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는 편곡이면 편곡, 퍼포먼스면 퍼포먼스에 '찰떡' 같이 잘 어울렸다. 이찬혁이 쓴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예언하듯이 살길'처럼 그 의미를 곱씹게 하는 가사는 무대를 더욱 맛깔스럽게 꾸며줬다.
커다란 문설주 모양의 구조물 아래에는 풀이 덮인 언덕 형상의 무대가 마련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수현은 "저희가 오늘 10주년 공연인데, 데뷔 앨범 '플레이'(PLAY)는 산속이나 숲속에서 사는 요정 같은 콘셉트였다"며 "그런 것을 재현해 보려 했다. 오늘 오신 관객 여러분도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설명했다.
악뮤는 '낙하', '다이노소어'(DINOSAUR), '물 만난 물고기', '시간과 낙엽',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의 히트곡을 잇따라 들려줬다.
특히 12년 전 'K팝 스타 2' 우승 당시로 되돌아간 듯 이찬혁은 커다란 안경에 체크무늬 셔츠 차림으로, 이수현은 귀여운 두건을 두르고 무대에 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찬혁은 "12년 전 우리를 이렇게 구현해 봤는데, 저희도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며 "슬프지만 추억으로 남겨진 '악동뮤지션'(악뮤의 옛 그룹명)을 향해 박수와 안녕!"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날 공연 도중에는 아이유가 '초특급 게스트'로 깜짝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떠나갈 듯한 함성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아이유는 히트곡 '너의 의미'와 '블루밍'(Blooming)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는 악뮤의 데뷔 이후 첫 콘서트에서도 게스트로 무대에 선 인연이 있다고 했다.
아이유는 "(악뮤가) 10주년이 됐는데, 이를 기념하는 공연에 게스트로 잠깐이라도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나도 영광이다. 내 식구가 잘된 것 같은 마음"이라며 "이 친구들을 16살, 19살 때 봤는데 어느새 이렇게 체조경기장(KSPO돔)을 꽉 채우는 대한민국 대표 뮤지션이 됐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악뮤는 이날 공연에서 이달 발표한 새 미니음반 타이틀곡 '히어로'(Hero)와 미공개곡 '리멤버'(REMEMBER)도 선보여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찬혁은 '히어로'를 언급하며 "'내가 최고'라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고 맞는 말일 것"이라면서도 "주류가 그렇게 말해버리니 저는 또 다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기더라. 바로 '네가 최고, 네가 나의 영웅'이라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규 세트리스트 마지막 곡 '그때 그 아이들은'을 부르기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공연에서) 우리의 기쁨, 슬픔, 감동을 다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 곡은 여러분과 함께 지난 세월을 추억하면서 우리의 추억뿐만 아니라 우리의 어릴 적도 추억하고, 그 추억으로 여기에 어떤 큰 기억의 비눗방울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찬혁)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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