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성적 지향 빠진 G7 성명… 이탈리아 극우 총리 영향?

김나연 2024. 6.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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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사벨레트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임신중지(낙태)나 성소수자 권리 등 진보적 가치에 대한 언급이 지난해보다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는 임신중지와 LGBTQ(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언급을 희석시키려고 압력을 가했다"며 G7 성명에 지난해 명시됐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보호' 언급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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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명서 전년도 '임신중지권' 등 언급 삭제
"멜로니 총리 요구"… 성소수자 문구도 눈길
이탈리아 "작년 성명 재확인, 중복 피한 것뿐"
G7 국가 정상들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벨레트리의 골프 클럽에서 열린 스카이 다이빙 시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벨레트리=AFP 연합뉴스

13~1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사벨레트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임신중지(낙태)나 성소수자 권리 등 진보적 가치에 대한 언급이 지난해보다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장을 맡은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우크라 지원·가자지구 휴전안… G7 합의는

14일 발표된 G7 정상들의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달러(약 69조4,500억 원) 지원 약속 △가자지구 3단계 휴전 협상안 지지 △중국의 불공정 사업 관행에 대한 경고 △인공지능(AI) 위험 관리를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중국과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엔 러시아 방위 산업에 사용되는 물자를 계속 이전하면 더 많은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북한에 관해선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증가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거듭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진보 가치는 후퇴? "멜로니 총리 요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5일 이탈리아 사벨레트리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벨레트리=EPA 연합뉴스

그러나 진보적 의제에 대한 표현은 전보다 약화했다. 임신중지권 언급이 사라진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와 그 후 치료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 '성과 생식 건강권'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 문구가 빠지고 '성과 생식 건강권'만 언급되면서 "히로시마 공동성명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로이터통신은 외교관들을 인용해 "멜로니 총리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문구 삭제를 요구했다"면서, 논쟁이 있었지만 멜로니 총리가 결국 뜻을 이뤘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의 영향으로 성소수자 권리 언급도 지난해보다 희석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는 임신중지와 LGBTQ(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언급을 희석시키려고 압력을 가했다"며 G7 성명에 지난해 명시됐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보호' 언급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반박 성명을 냈다. 올해 성명에선 히로시마 공동성명을 재천명한 만큼, 지난해의 임신중지권 문구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올해 성명에도 "LGBTQIA+(성소수자) 권리" 관련 내용은 포함됐다며 후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G7 성명은 부실한 기후 위기 대책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G7 공동성명에는 "2030년대 상반기 또는 1.5℃ 온도 상승 제한을 유지하는 일정 안에서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는 이전 합의를 되풀이했을 뿐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공식 성명에서 "G7의 계획은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빈곤 단체 글로벌 시티즌의 프리데리케 뢰더 부회장도 "G7 지도자들이 (모이지 않고) 집에 머물러도 됐을 만큼 새로운 약속이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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