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공존 불가능"…비관 빠진 팔레스타인 Z세대
20년 넘게 가망없는 평화에 절망…"어쨌든 죽임당할 것" 무장세력 가담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수십년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분쟁 속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들이 이스라엘과 평화적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5년 2차 팔레스타인 무장봉기(인티파다) 이후 성인이 된 팔레스타인의 Z세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의 평화적 공존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정서가 번지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양국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한 오슬로 협정이 맺어진 시기를 기억하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의 시기를 누려보지 못했다.
2차 인티파다 이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곳곳에 세워진 높은 장벽과 이스라엘군 검문소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됐다.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에 사는 팔레스타인-미국 이중 국적자 마리안 아와르타니(17)는 최근 친구들과 공터에서 피크닉을 하던 중 난데없이 나타난 이스라엘군 드론의 위협을 받고 쫓겨났다.
마리안은 WSJ에 "내가 어릴 때부터 가서 놀던 익숙한 장소여도, 어느 날 갑자기 이스라엘 드론이 나타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들에게 평화는 더욱 머나먼 일이 되고 있다.
고작 20대인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들은 이번 전쟁까지 벌써 최소 네 번의 대규모 분쟁을 경험하고 있다.
2005년까지 이어진 2차 인티파다부터 2008년과 2014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겨냥해 가자지구에서 벌인 대대적인 공습 작전까지, 수차례 반복된 유혈 사태로 이들의 유년과 청년 시절이 얼룩졌다.
WSJ은 가자지구와 서안에 사는 젊은 팔레스타인인들은 봉쇄와 제약이 없는 삶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을 벗어나 본 적도 없다고 짚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양국 분쟁의 해결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아예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정책조사 연구센터는 전했다.
서안 나블루스 남쪽의 한 마을에 사는 팔레스타인 소년 모하메드 살레(14)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인 지난해 10월 28일, 과수원에서 올리브를 따던 중 난데없이 날아온 총알에 아버지를 잃었다.
총을 쏜 이는 당시 근무 중이 아니었던 이스라엘 군인으로, 이후 이스라엘군은 해당 군인을 구금하고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군인의 기소 여부 등 조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이처럼 자신이나 친구의 가족, 지인들이 이스라엘인들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여기에 맞서 스스로 총을 드는 사례가 늘며 폭력의 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안에 사는 마흐무드 킬라니(22)는 가족들이 죽임을 당한 일부 친구들이 무장 세력에 가담하는 것을 봤다면서 이들을 "만류하려고 해봤지만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킬라니는 "그들은 이 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어찌 됐든 우리 국민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므로, 차라리 이스라엘군이 그렇게 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 연구센터장은 WSJ에 25세 미만의 젊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에 비해 폭력을 더 지지한다면서 "이 젊은이들은 이스라엘이 강제로 점령을 끝내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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