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진짜' 사만다의 등장 그리고 뉴스 저작권
“사만다, 난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야. 우린 함께 성장했고 당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밤새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연인의 애틋한 속삭임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2014년 개봉작 ‘그녀(her)’의 한 장면이다.
아내와 이혼한 남자가 우연히 구매한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가까운 미래상을 그렸다. 이동진 평론가는 별점 4.5의 후한 점수와 함께 “대상(Her)이 주체(She)가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어른의 사랑”이라고 했다.
평단의 호평 속에 그해 오스카 각본상을 안겨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은 정확히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오픈AI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생성형 AI GPT-4o는 기술적 발전 못지않게 인간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음성 대화가 가능해진 데다 실제 사람처럼 말을 끊어도 대화가 가능하다.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무리한 요구에 한숨을 쉬는가 하면 분위기에 따라 차갑게 말하거나 들뜬 목소리로 답하기도 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Her’이라는 짧은 글을 남겨 ‘진짜’ 사만다가 나타났음을 알렸다.
인간에 가까워지려는, 아니 인간을 넘어서기 위해 진화 중인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쉼 없이 똑똑해지고 있다. ‘데이터 골드러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I를 학습시킬 ‘고품질’ 데이터를 원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보 출처가 명확하고 신뢰성과 질이 한 번에 담보되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GPT-4o 공개 이후 장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대학원 책임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I가 지금까지 범접할 수 없었던 감정의 영역을 파고들었다. (중략) 어떻게 학습을 시켰으면 어떤 AI 모델이 이렇게 감정까지 이해하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기업과 콘텐츠 기업 간 갈등은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올랐다.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권리 찾기’에 나선 언론사들은 AI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온라인에 퍼져 있는 기사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신문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3 월드리포트’에 담긴 내용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그간 ‘기술의 발전=미디어 성장과 발전’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결과 거대 기술 기업에 소중한 콘텐츠를 넘겨버렸다는 반성과 함께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미디어 업계의 연대를 강조했다.
거대 포털 기업이 뉴스 콘텐츠 유통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정부 역시 뉴스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언론계의 건설적인 논의는 아직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언론사의 동의 없이 뉴스 콘텐츠를 학습한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 뉴스 제휴 약관 개선을 요구했다. 올 3월에는 한국신문협회 등 6개 언론 단체가 뜻을 모아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을 발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오픈AI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응 방향을 고민 중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오픈AI와의 이번 협약은 고급 저널리즘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CEO는 지난달 22일 콘텐츠 사용 대가로 향후 5년간 2억 500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받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한 뒤 이렇게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말 “언론인 수천 명의 피와 땀이 담긴 작업의 결과를 허가 없이 가져갔다”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뉴스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면서 ‘무임승차’를 꺼내 들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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