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곁 지키며 ‘신뢰 버팀목’ 되어주는 의사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정부와 병원 측 불허 명령에도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한다. 응급·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는 제외한다지만, 전체 교수 절반 이상이 휴진에 동참한다고 한다. 다른 ‘빅4’ 병원들도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집단휴진에 합류하는 걸 고려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공백과 그로 인한 위험은 불 보듯 뻔해졌다.
그 와중에 의료 현장에 남겠다고 선택한 의사들이 있어 한 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교수들로 구성된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는 지난 14일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차라리 삭발·단식을 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며 집단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도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아기를 받았던 분만장을 닫을 수 없다”고 밝혔고, 대한아동병원협회도 “의협의 투쟁에는 공감하지만 아이들을 두고 자리를 뜨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의 선택은 단지 진료실을 지키기로 한 것이 아니라는 데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파동을 거치면서 의사집단에 대한 국민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을 만큼 훼손됐다. 오죽하면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이 “의사집단의 조직폭력배 같은 행동을 보고, 죽을 때 죽더라도 이 사회의 엘리트로 존재했던 의사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면서 “정부는 이들을 더 이상 용서하지 말라”고 일갈했겠는가. 환자가 의사에게 생명을 믿고 맡기기 어려운 직능 분업 사회의 신뢰 파탄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그래도 환자 곁을 지키기로 한 의사들이 있기에, ‘의사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가 아직 형해화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의사들은 환자 곁을 택한 동료를 비난하기보다, 이들에게 직업적 신뢰를 빚지게 됐음을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이 사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진 못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서울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화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도 내년도 의대증원안 백지화 요구는 제외하더라도, 2026년도 이후의 증원 로드맵과 필수의료 개선 방안 등은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출구를 못 찾고 공멸하는 의료 파국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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