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도 가족들이 그리운 기러기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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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괜찮아. 태현이도, 태성이도 기뻐해줘."
이중섭이 장남 태현에게 보낸 글 편지 한 장과 삽화가 그려진 편지 두 장이다.
이중섭의 편지들 가운데 그림이 그려진 편지는 드물다.
공개된 두 장의 그림 편지 중 하나에서는 이중섭이 글에 쓴 대로 양피 점퍼를 입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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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 일본 가족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화 3장 처음 전시
"아빠는 잠바를 입고 그림 그려"
끝내 가족과 재회 못하고 사망
석파정 서울미술관서 12월까지
이우환·김환기 작품 등도 전시
“아빠는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괜찮아. 태현이도, 태성이도 기뻐해줘.”
1954년,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 한국에 사는 어느 아빠가 일본의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며 안심시키고자 하는 마음과, 보고 싶은 그리움을 눌러 담은 편지. 글을 쓴 주인공은 황소 그림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이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100여 통의 엽서와 편지가 되어 동해를 넘어갔다. 이중섭은 1953년 일본에서 며칠 만난 것을 끝으로 다시는 가족과 재회하지 못했지만 엽서와 편지들은 남았다.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이중섭의 편지와 엽서 9점이 전시됐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시회에서다. 편지들은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집을 가족들이 정리하다 발견됐다.
전시작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편지도 있다. 이중섭이 장남 태현에게 보낸 글 편지 한 장과 삽화가 그려진 편지 두 장이다. 모두 일본에 떨어져 사는 아내와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았다. 이중섭의 편지들 가운데 그림이 그려진 편지는 드물다. 이번 전시에서는 편지지 위에 액자를 씌우지 않고 관객이 그대로 볼 수 있게끔 소개됐다.
편지글에는 아빠는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양피 점퍼를 입고 그림을 그린다며 아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아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애절한 마음도 볼 수 있다. 공개된 두 장의 그림 편지 중 하나에서는 이중섭이 글에 쓴 대로 양피 점퍼를 입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나와 있다. 그림의 왼쪽에는 ‘아빠 힘내요, 힘내요’라는 글도 적혀 있다. 또 하나의 삽화엔 아내를 가운데에 두고 복숭아 위에서 뛰놀고 있는 두 아들을 묘사한 그림이 담겼다.
이번 전시에는 장남 태현에게 보낸 편지 세 장뿐만 아니라 이중섭이 아내 마사코에서 연애 시절 보낸 6점의 엽서화도 함께 공개됐다. ‘사랑의 열매를 그대에게’라는 제목을 짓는 등 아내를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삽화 편지에 글이라고는 오직 이중섭의 이름뿐이라는 점에서 그가 그린 편지화의 세계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직 그림으로만 전한 것이다. 이중섭이 당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상상하며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뒷면에도 아내 마사코의 주소 외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편지를 반송받지 않겠다는 이중섭의 굳은 의지가 담겼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세운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과 이중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안 회장은 2010년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35억원에 매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경매 최고 낙찰가였다. 이후 황소를 비롯한 다양한 이중섭 소장품을 모아 대중에게 선보이며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그림 외에 다른 소장품들도 함께 공개됐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10점이 나왔는데, 당시 하나의 화첩으로 제작됐던 것을 하나씩 액자화한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가 쓴 글씨 작품 ‘주림석실 행서대련’도 관객을 맞는다.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서세옥의 ‘사람들’, 김창열의 ‘회귀’, 정상화의 ‘무제’ 연작, 이우환의 ‘바람’ 등 200호가 넘는 단색화 대작들을 한 공간에 모아 놓기도 했다. 새롭게 공개하는 이우환의 대작도 볼 수 있다. ‘대화’ 시리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를 표현해 하늘과 땅, 음과 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계를 그렸다. 여백에 붉고 푸른 두 색만이 존재하듯 관람객들도 빈 공간에서 이 작품 하나만 관람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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