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통신사' 선정 취소 후폭풍…소송·책임 공방 [정지은의 산업노트]

정지은 2024. 6.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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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엑스, 정부 상대 행정소송 검토
‘진짜 5G’ 서비스 내놓는다더니
자본금 납입 실패·주주 구성 달라져
“재무 상태 살폈어야” 정부 비판
통신3사 체제 더 굳어질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추진해 온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무산된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 주요 주주나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간 책임 공방도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 결정 번복 가능성 작아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28㎓ 대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에 대해 행정소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문 이후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법적 논거를 다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주말 내내 휴대전화를 꺼두고 ‘두문불출’했다는 후문이다. 당장은 청문 과정에서 취소가 부당하다고 적극 소명하는데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 스테이지엑스에의 28㎓ 대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청문 절차는 늦어도 다음 달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청문 과정에서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청문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최종 행정처분 전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처분 권한을 가진 과기정통부가 결정을 철회하려면 현 상황을 뒤집을 정도의 뚜렷한 근거가 필요하다. 스테이지엑스가 청문 절차 완료 전 당초 납입을 약속한 자본금 2050억원 가운데 미납분 1500억원 상당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스테이지엑스 존립 불투명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에서 회수한 28㎓ 대역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제4통신사 선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 1월 말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하지만 마감 시한까지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하지 않았고, 주주 구성이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내용과 달라 취소한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 설명이다.

이달 13일 기준 스테이지엑스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 중 추가 자본금을 납입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단 1곳뿐이었다. 스테이지엑스 주요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다.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통신3사와 차별화된 ‘리얼 5G(5세대 이동통신)’를 병원, 공항, 대학, 공연장 등 곳곳에서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면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기간통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준비법인 형태여서다.

스테이지엑스의 최대 주주인 모회사 스테이지파이브로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추진하려던 스테이지파이브의 기업공개(IPO)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카카오그룹 계열이던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페이 인증 등 통신 분야 규제샌드박스 사업을 통해 성장한 업체다.

○ 재정적 능력 검증 안한 탓 커

애초에 정부가 자본금 납입 능력부터 충분히 살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2019년 등록제로 바꿔 재정적 능력에 대해 별도 심사하지 않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도전장을 낸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 등 3곳은 모두 재정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컸다. 정부가 물밑으로 접촉한 국민은행, 네이버,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8㎓ 주파수 대역 사업 특성상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부터 재점검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28㎓ 주파수 대역은 사업성이 높지 않아서 신규 투자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3사가 이 대역을 포기한 것도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업계에선 이 일을 계기로 신규 통신사업자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통신 3사’ 체제가 더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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