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정책’ 시동 건 대통령실 “상속세 인하, 종부세·금투세 폐지”

유설희 기자 2024. 6.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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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6일 상속세 인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세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극한 대치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정체 등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돌파구로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비판적인 입장이고, 세수 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감세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에서 어긋나는 정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에 출연해 상속세에 대해 “최고 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이 된다. 따라서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에 대해서 필요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성 실장은 “현 상속세 체계는 높은 세율로 가업 승계와 관련된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기업 상속 시점이 아니라 더이상 기업을 안하고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 이득세로 전환하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하는 데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므로 세율을 인하하고 자녀·배우자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이 1단계라며 “서울 아파트 한 채 정도를 물려받는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갖지 않는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성 실장은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있다고 보여진다”며 “저가 다주택을 가진 분들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역시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고 오히려 주택 특히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또한 “종부세 같은 경우에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지금 활용을 하고 있는데 사실 원래 재산세가 그런 기능을 담당을 하고 있어서 재산세에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폐지가 정부의 입장으로 폐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생산적으로 전환하고, 해외 주식 투자를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 실장의 이날 발언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감세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다. 종부세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월31일에도 종부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의 감세 카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성 실장은 이날 상속세 인하 등 감세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경제 활동의 왜곡 효과는 크면서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은 세금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종부세 폐지 등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 직후 송언석 위원장은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없앨 수 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같은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지방으로 갈 4조원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 우려가 된다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자감세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이어 마침내 상속세율 30% 인하까지 초부자 상속세 감세에서 나올 것은 다 나왔다”며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 감세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의 부자감세는 머지않아 서민증세, 미래세대 증세라는 냉정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작년 세수 펑크가 56조원이고 올 4월까지 관리 재정 수지 적자가 64조원이며 중앙정부 채무는 1129조원으로 전월 대비 13조원 증가했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입 기반을 무너뜨리는 감세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일단 여론을 살피며 감세 정책 추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30%로 인하는 여러 가지 검토 대안들 중 하나”라며 “향후 구체적인 개편방안에 대하여는 세수효과, 적정 세부담 수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는 한편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7월 이후 결정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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