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래에 일침···'괴짜 3인방'의 경고장

서지혜 기자 2024. 6.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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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종말이 먼저 올까, 자본주의의 종말이 먼저 올까.

생각할수록 스산해지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진 도발적인 예술가들이 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이 결성한 작가집단으로 자본주의와 저작권 문제 등 현대 사회 여러 문제의 이면을 설치미술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한다.

이 작품은 한밤에 빛나는 번화가의 네온사인처럼 자본주의라는 인간 중심적인 욕망을 번쩍이는 불빛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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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작가 '수퍼플렉스' 내한
국제갤러리서 5년만에 국내展
금융거래 중독 등 비판 메시지
설치·회화로 다양하게 담아내
덴마크 3인조 작가 그룹 ‘수퍼플렉스’.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서울경제]

세계의 종말이 먼저 올까, 자본주의의 종말이 먼저 올까. 생각할수록 스산해지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진 도발적인 예술가들이 있다.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다. 자본의 불균형, 이주 문제, 저작권 문제, 소유의 문제 등을 주제로 세상의 불합리함에 의문을 품고 근원을 파헤치는 괴짜 예술가 그룹 수퍼플렉스가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5년 만에 국내 전시를 열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이 결성한 작가집단으로 자본주의와 저작권 문제 등 현대 사회 여러 문제의 이면을 설치미술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한다.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는 신용카드의 마이크로칩이라는 두 가지 모티프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경제 시스템의 상황을 지적한다.

수퍼플렉스의 작품이 전시된 K1관 입구 전경.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관람객은 K1 전시관 입구에서 분홍색 LED 전광판에 빛나는 ‘Save your skin’, ‘Make a Killing’, ‘Hold your Tongue’ 등의 영어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한밤에 빛나는 번화가의 네온사인처럼 자본주의라는 인간 중심적인 욕망을 번쩍이는 불빛으로 보여준다.

전시관 안쪽에서는 회화 작품 ‘칩스’가 등장한다. 얼핏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색 여백만 있는 작품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용카드의 마이크로칩을 상징하는 검은색 형상이 나타난다. 이 작품은 화폐의 송금부터 데이터의 교환까지 모든 게 가능한 신용카드를 추상화했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전시 서두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세상을 조종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보여준다.

전시장 중앙에는 미국 뉴욕의 시티은행 본사 모습을 본뜬 식물 화분이 있다. 이 식물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독성 식물인 협죽도로, 글로벌 투자은행 본사 건물을 모델로 한 화분에 환각 성분이 있는 식물을 담아 금융 거래의 중독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투자은행 화분’ 연작 중 하나다. 작가들은 시티은행 뿐 아니라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투자은행 본사 건물을 모델로 꽃병을 제작하고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을 꽂아 자본주의 금융거래의 중독적인 면을 보여준다.

수퍼플렉스의 수직이동(Vertical_Migration).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수퍼플렉스, As Close As We Get. 화강암으로 제작된 조각. 사진제공=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피시(Fish)’를 만나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의 K3은 K1 건물로 나가 몇 발자국 걸어가면 등장하는 별도의 건물에 있는데, 작가들은 이곳을 깊은 바다에 들어간 것처럼 연출해 전시관 전체가 하나의 ‘수족관’처럼 느껴지게 조성했다. 이곳에 전시된 인터랙티브 영상 '수직이동(Vertical Migration)' 속에는 작가들이 심해 탐험 중 목격한 수중 해파리의 친척격인 ‘사이포노포어(siphonophore)’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생물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매일 밤 먹이를 찾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바다 생물처럼 다가오는 미래에는 인간도 해수면 상승으로 ‘수직 이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포르투갈의 천연대리석·화강암 등으로 만든 조각도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지표면이 물에 잠겨 언젠가 우리 모두가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담겨 있다. 작가들은 “세계적으로 바다의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어, 현재는 인간을 위한 조각이지만 미래에는 물고기들을 위한 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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