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앞둔 라인야후, 도넘은 네이버 지우기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4. 6.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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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페이·비즈플러스 폐지
하이퍼클로바X는 끝내 배제
라인 주가 2년새 반토막나
지분매각 협상 장기전 예고
소프트뱅크 주총서 입장낼듯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탈네이버에 속도를 내고 있다. 4400만 사용자를 보유한 라인페이를 2025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페이페이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7월 1일 이후 벌어질 본격적인 지분 '매각 협상'에서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미래를 놓고 물밑 접촉을 하고 있지만 공회전 중이다. 엔화값이 크게 떨어져 라인야후 몸값이 줄어든 데다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해 일본 측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에 라인야후는 탈네이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통제권을 소프트뱅크가 최대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대표적 사례가 라인야후 계열인 야후재팬이 운영하는 '야후 지식백과'다. 야후재팬은 지난달 30일 야후 지식백과에 있는 인공지능(AI) 답변 기능에 미국 앤스로픽의 클로드 3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11월 오픈AI의 GPT-4를 연동해 AI 답변 기능을 도입했지만,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X는 배제했다. 또 이달엔 라인야후가 해외 핀테크 서비스를 관장하고 있는 '라인비즈플러스'를 청산하고 대만에 모회사를 둔 '라인페이플러스'로 관련 사업을 이관했다. 라인비즈플러스 위치는 한국이다.

IT업계에서는 라인페이 종료도 지나치게 서둘렀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 라인 계열의 라인페이와 소프트뱅크 계열의 페이페이는 상호 경쟁을 벌이는 서비스였다. 이 때문에 두 서비스 간 통합은 예고됐다. 문제는 통합 방식이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상호 간 ID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했다. 하지만 라인페이 서비스를 전격 종료했다.

라인야후가 탈네이버를 서두르는 데 대해 향후 협상이 난관에 부딪칠 것을 대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일본 총무성이 보안 거버넌스를 이유로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가 협상을 서두르자,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도 맞불을 놓은 상태다. 7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협상은 재개될 전망이다. 라인야후는 이달 18일, 소프트뱅크는 이달 21일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잇따라 탈네이버와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협상의 핵심 쟁점인 몸값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사인 라인야후는 모회사인 A홀딩스가 지분 64%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다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라인야후 시가총액이 2조7900억엔(약 24조6000억원)이니,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보유한 지분 가치는 현재 8928억엔(약 7조8900억원) 수준이다. 네이버가 지분을 통매각하더라도 8조원이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2021년 11월만 하더라도 라인야후 주가는 현재 주당 365엔 대비 2.2배 높은 826엔에 달했고, 100엔당 원화값은 950원으로 현재 826원 대비 1.15배 높았다. 시총만 6조1380억엔(약 54조1800억원)으로 네이버 지분 가치는 무려 18조6000억원이 넘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인수·합병(M&A) 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20~40% 붙는다. 주가와 엔화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매각 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이 26조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매각 협상이 공회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가 사실상 경영권을 쥔 상태다.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를 보유하고 있고 양사가 경영에 공동 참여하고 있지만 이사진 수는 3대2로 소프트뱅크가 다소 우위에 있다. 또 라인야후 이사진은 전원 일본인이다.

산케이신문은 "시스템 구축 등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탈네이버' 실현에는 높은 장벽이 있다"고 말했지만, 라인야후는 "극히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모두 종료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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