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젠슨 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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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젠슨 황의 수많은 인터뷰와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말은 14일 캘리포니아공대 졸업 축사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테크 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황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나란히 3조달러 몸값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창업자다.
이제 사람의 말을 지어내는 AI는 동작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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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서사를 품고 있다
가속의 시대 쓰러지지 않는법
함께 멀리 가려는 전략도
마법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젠슨 황의 수많은 인터뷰와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말은 14일 캘리포니아공대 졸업 축사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고통과 고생(pain and suffering)'이라는 말이다. '테크 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황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나란히 3조달러 몸값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창업자다. 1999년 상장 때 이 회사에 1만달러를 투자한 이는 (주식 분할 후) 지금 5275만달러를 쥐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의 성공 비법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마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말일까? 나는 노련한 저널리스트 같은 그의 스토리텔링에서 몇 가지 답을 찾아보았다.
그에게서 가장 먼저 듣는 것은 고난의 서사다. 대만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태국으로,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소년은 억세져야 했다. 외삼촌이 괜찮은 보딩 스쿨로 알고 보낸 켄터키주 산골 학교에는 문제아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칼로 위협했다. 가장 어린 황은 화장실 청소를 했다. 그는 참고 일할 줄 알았다. 읽기와 수학을 가르쳐주며 친구를 얻었다. 열다섯 살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접시닦이에서 웨이터 보조, 웨이터로 착실히 올라갔다.
창업은 서른에 했다. 초기의 파산 위기는 값진 경험이었다. '30일 후 망할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백만 배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 모든 불안과 고통과 굴욕을 견뎌야 한다면 '제정신을 가진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할 일'이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에 따르면 황은 '누군가가 때려눕히면 조용히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그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일요일에도 일을 생각한다. 그가 아니라면 MZ세대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의 서사에서 가장 큰 뼈대는 가속의 시대에 달리는 법이다. 2012년 딥러닝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줄 아는 알렉스넷이 나오고 10년이 지났을 때 챗GPT가 나왔다. 그새 컴퓨팅 파워는 백만 배 늘어났다. 엔비디아 칩이 그 가속을 뒷받침했다.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이 회사 그래픽 칩(GPU)을 쓰게 된 것은 우연한 행운이었을까? 황은 "비전으로 찾은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가속 컴퓨팅의 잠재력을 믿고 GPU 기반 프로그래밍 모델(CUDA)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시가총액이 10억달러대로 떨어지고 주주들이 거세게 압박할 때도 끈질기게 버텼다. 그럴 때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전제로 한다. 원하는 것을 고집하는 황제경영과는 다르다.
이제 사람의 말을 지어내는 AI는 동작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차업체든 물류업체든 AI 팩토리를 지어야 할 것이다. 황은 그런 가속에 올라탈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속기가 되려 한다. 그는 시장을 뺏기보다 고객도, 경쟁자도 없는 '제로 빌리언' 시장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리고 함께 멀리 가려 한다. AI 시대에는 혁명의 주역들을 다 거꾸러트려야 최강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키우며 경쟁과 협력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엔비디아는 질풍노도의 제국이 됐다. 물론 어떤 제국도 영원할 수 없다. 주머니가 두둑한 빅테크와 날렵한 스타트업들이 놀라운 칩을 내놓을 것이다. 경쟁 당국의 눈은 매서워질 것이다. 무기가 될 AI에 대한 두려움도 커질 것이다. 황은 새로운 서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걷지 말고 달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또한 자신에게 거는 주문일 것이다. 그는 "61년 동안 날마다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했다. 성공의 마법은 없다는 말은 겸손이다. 가속의 시대에 기회를 찾아내고 실패에서 배우며 고난의 담금질을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3조달러짜리 연금술이다.
[장경덕 작가·전 매일경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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