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순위 조작 쿠팡에 매경-한경 "1400억 과징금 과도하다 지적도"

박서연 기자 2024. 6. 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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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상품 판매 늘리려 순위·후기 조작… 공정위, 과징금 부과
쿠팡, 4차례 반박문에 '상품진열은 기업 권한' 주장
한국일보 "아연실색" 경향 "어이가 없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쿠팡 랭킹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사 상품 구매를 유도한 쿠팡이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천억원대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됐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 ⓒ연합뉴스

검색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사 브랜드 상품을 상단에 올린 쿠팡이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혐의에 대해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쿠팡 랭킹을 조작해 최소 6만4250개의 자사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켰다. 또 임직원을 동원해 7만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게 했다.

이후 쿠팡은 하루에만 4차례 입장문을 내 검색순위 배열은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이고 로켓배송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쿠팡이 약속한 100%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쿠팡의 해명에 한국일보는 “아연실색”, 경향신문은 “어이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쿠팡이 잘못한 점이 있다면서도 “1400억 원의 과징금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조치가 지나치다는 업계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 반박문 본 한국일보 기자 “내용 뜯어보며 아연실색”

쿠팡은 지난 13일 보도자료에서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로켓배송 중단은) 소비자들의 막대한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품 추천 행위가 금지되면) 쿠팡이 약속한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 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5일 한국일보 기자수첩.

그러자 조소진 한국일보 기자는 지난 15일 <'로켓배송 중단'이라는 쿠팡의 대국민 으름장> 기자수첩에서 쿠팡의 입장문에 대해 “기업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제재 수위라는 점에서 반발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겼다”며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며 아연실색했다. '공정위 제재로 로켓배송이 사형당했다'며 소비자를 볼모로 잡는가 하면, '25조 원 규모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으름장으로 가득했다. '자체브랜드(PB) 상품 규제로 인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반박에는 말문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약하면 '공정위 제재로 로켓배송이 중단돼 소비자들이 불편할 것이고, 대규모 투자는 없는 일로 할 것이며, 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협박'이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쿠팡 내부 문건을 보면, 이런 협박이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그 길고 긴 반박문에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사과가 단 한마디도 없다는 점도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지난 15일 <'알고리즘 조작' 검찰 고발된 쿠팡, 시장 흔들기 엄벌하라> 사설에서 “알고리즘과 댓글 조작은 인터넷 경제 시대에 중범죄다. 쿠팡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정 경쟁을 방해했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제품 선택도 막았다”며 “그러나 쿠팡은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오프라인 매장도 저마다 자사 PB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순위와 오프라인 매장 진열은 성격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오프라인은 소비자들이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상품을 찾고 사는 게 가능하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 등록된 모든 상품을 검색하는 게 불가능하고 검색에서 우선 노출된 상품과 제품 후기가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축 속도가 매우 빨라 사후 처벌만으로는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 공정위의 이번 쿠팡 제재도 사건 발생 5년, 공정위 현장조사 3년 만에 이뤄졌다. 그사이 쿠팡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경쟁사들은 사라졌다”며 “쿠팡 같은 공룡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반칙 행위를 신속하게 처벌하는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경·한경 “공정위 조치 지나치다는 업계 의견 경청해라”

매일경제는 쿠팡의 반박에 동조하는 내용의 사설을 작성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4일 <공정위, 쿠팡에 거액 과징금…PB 상품위축으로 이어져선 안돼> 사설에서 “공정위가 기업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으면서 규제 적합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14일 매일경제 사설.
▲14일 한국경제 사설.

이어 매일경제는 “자기 상품을 인위적으로 노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21만 입점 업체의 공정 경쟁을 제한한 것은 제재 이유가 될 수 있다. 쿠팡이 광고를 통해 PB 상품을 알릴 수 있었음에도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쿠팡 랭킹'을 통해 판매를 유도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유통업계 역대 최고인 1400억원의 과징금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B 상품 강화는 세계적 추세인 데다 가성비 높은 PB 상품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물가 관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 선호도에 따른 상품 배치가 알고리즘 조작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을 대응해야하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치는 악재라고도 했다. 매일경제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파상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치는 악재다.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자칫 PB 상품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지난 14일 <공정위와 쿠팡의 과징금 공방… 혁신도, 경쟁도 막아선 안 된다> 사설에서 “최근엔 알리,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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