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기술 탈취 공방… "법적대응" vs "사실무근"

윤선영 2024. 6. 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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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K사 통해 입수 정황
경찰 압색에 LS "위법땐 강력조치"
대한전선 "설계업체 투명하게 선정"
대한전선 당진공장. [대한전선 제공]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4동 및 VCV타워 전경. [LS전선 제공]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케이블 업계에서도 기술 유출 분쟁이 일어났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자사 기술 보호를 위한 업체들 간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현재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과 건축 설계업체인 K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K사가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하면서 얻은 기술 정보를 대한전선 측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사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을 수주해 2022년 착공에 들어갔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은 1단계 건설을 완료했고 지난 3일 가동식을 개최했다.

두 회사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LS전선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대한전선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해저케이블은 바닷속에 설치하기 때문에 이음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수백 ㎞의 장조장으로 생산하며 무게가 수백~수천 톤에 이른다. 일반 공장과 달리 설비 배치와 항구로 이송하는 방법 등이 중요한 만큼 관련 기술과 설계는 보안 사항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 유럽, 일본 등에서 6개사에 불과하다는 게 LS전선 측의 설명이다.

LS전선 측은 "2007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고압해저케이블을 개발했고 약 20년간 공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왔다"며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 향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업체에 대한 민형사상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K사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며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전선은 특히 "해저케이블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이 아닌 전용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면서 "대한전선은 이미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생산 연구를 진행하는 등 관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쟁입찰 방식으로 투명한 절차를 거쳐 K사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대한전선 측이 기술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만약 대한전선이 K사로부터 경쟁사의 기술을 입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심각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선 산업에서도 기술 유출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선은 그간 반도체, 배터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 심각성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K-전선 기술의 해외 유출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세계를 오가는 통신데이터의 99%는 해저케이블에 의존하고 있고, 해상풍력 수요가 크게 늘면서 관련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 등을 이유로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 500㎸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LS전선 측은 "500kV급 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서 제조 기술과 설비 관련 사항들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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