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 갤러리들 서울로, 서울로..."돈도, 사람도, 기회도 서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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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부산은 지역 미술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2021년 삼청동에 서울 지점을 낸 대구 기반 갤러리신라의 이준엽 디렉터는 "프리즈와 키아프가 열리는 매년 9월이면 서울에 공간이 있는 갤러리들은 여러 미술 부대 행사를 진행하는데, 서울에 거점이 없으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이 위기 속에 체질 개선을 한 것처럼, 화랑업계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도기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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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거점 갤러리들도 서울 진출 활발
#1. 부산 조현화랑이 지난달 서울 중구 신라호텔 지하 1층에 서울점을 열었다. 1989년 개관한 조현화랑은 부산 기반이지만 인지도와 영향력 측면에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른바 '메이저 갤러리'다. 10여 년 전 서울 청담동에 전시장을 뒀다 2015년 철수했다. 9년 만에 서울 확장에 다시 나선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서울은 한국을 넘어 세계 미술의 중요한 거점지"라며 "부산을 주요 거점으로 두고 서울 분점에서 국내외 미술계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 2012년 대구에서 문을 연 우손갤러리는 올해 개관을 목표로 서울 성북동에서 2개 층에 연면적이 218.18㎡(66평)인 서울점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우손갤러리는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 '아트 바젤'에 국내 지역 갤러리 중 최초로 참가하는 등 저력을 보였다. 김은아 우손갤러리 대표는 "해외 아트페어를 다니다 보니 대구라고 해도 한국 도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며 "전략적으로 서울에 공간을 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은 지역 미술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국내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부산'과 '디아프'(대구)가 열리고, 축적된 도시의 부가 길러낸 미술 애호가의 저변도 두텁다. 특히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라는 수식어답게 이인성, 이쾌대 등 거장을 배출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도시와 함께 성장한 지역 갤러리들이 최근 속속 서울로 진출하고 있다. 왜일까.
이유 ① '수도권 과밀화'에 갤러리도 상경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구가 현대미술의 요람 역할을 했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서울·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사는 불균형한 구조가 아니었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갤러리가 이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대구 지역 갤러리 관계자)
지역 갤러리의 서울 진출은 한국의 '수도권 과밀화'와 직결돼 있다. 자원과 기회가 수도권에 쏠려 있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서울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구 화랑 중 최대 규모인 리안갤러리는 2013년 서울점을 열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2007년 미국 현대미술 거장인 알렉스 카츠의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대구라는 이유로 주목이 덜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서울점을 내니 홍보 효과가 큰 데다 지역 갤러리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당하지 않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 ② 미술시장 해외 개방 가속화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진출은 지역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가 수십억~수백억 원대의 작품을 서울에서 선보이고, 미술계 행사가 매일 서울에서 열리는 상황에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지역 갤러리에 퍼지면서다.
2021년 삼청동에 서울 지점을 낸 대구 기반 갤러리신라의 이준엽 디렉터는 "프리즈와 키아프가 열리는 매년 9월이면 서울에 공간이 있는 갤러리들은 여러 미술 부대 행사를 진행하는데, 서울에 거점이 없으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이 위기 속에 체질 개선을 한 것처럼, 화랑업계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도기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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