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호주 방문해 ‘판다 외교’ 약속… 중·호는 ‘온도차’

박은하 기자 2024. 6.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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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양국 관계 완전히 정상궤도”
이코노미스트지 “판다 외교, 별 도움 안 돼”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왼쪽),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주지사(가운데),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가 16일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을 방문했다./EPA연합뉴스

호주를 방문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연내 호주에 새로운 판다 한 쌍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판다 외교’로 호주와의 관계개선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오전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동물원을 방문해 판다 ‘왕왕’과 ‘푸니’를 잘 돌봐준 동물원 측과 호주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애들레이드 동물원에 똑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판다 한 쌍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왕왕과 푸니는 2009년 호주에 임대된 판다이다. 중국은 당초 10년이었던 임대 기간을 5년 더 연장해 왕왕과 푸니는 올 연말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리 총리가 호주 방문 기간 중 새로운 판다 임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뉴질랜드 방문에 이어 전날 호주에 도착한 리 총리는 “호주는 동서를 연결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양국 관계가 우여곡절 끝에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국 총리의 호주 방문은 2017년 당시 리커창 총리의 방문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방중 당시 “우리는 친판다(pro-panda)”라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중국은 리 총리 방중을 앞두고 호주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추가로 철폐하고 호주산 와인에 매긴 고율 관세도 철회했다. 호주산 랍스터 수입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호 관계는 2017년 12월 맬컴 턴불 당시 호주 총리가 중국이 로비와 첩보 활동 등을 통해 호주 정계에 은밀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폭로하며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호주가 2018년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에 참여해 화웨이를 5세대(5G) 이동통신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하면서 양국관계는 더 악화했다. 호주는 2021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참여했으며, 미국 주도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은 미·중갈등 국면에서 중국 총리의 연이은 미국의 동맹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첸 홍 화동사범대교수 호주연구센터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궤도로 돌아와 다시 한번 뜨거워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판을 피하고, 신뢰를 높이고, 의심을 해소하는 것도 이번 방문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의 ‘긴장 완화’ 기조 속에서 이뤄진 방문이라고 평했다.

호주의 반응은 중국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애들레이드 동물원 앞에서는 홍콩 등지에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판다는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시위대가 나타났다. 페니 웡 외교장관은 전날 “중국과 호주는 태평양을 두고 영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53%는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2022년의 63%보다는 낮아졌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중국의 수입 규제는 호주 경제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앨버니지 총리의 외교기조는 협력할 곳에서 협력하고 반대할 곳에서는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판다 외교’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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