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노조 민주노총 탈퇴 종용’ SPC회장 재판 시작···쟁점은?
검찰, ‘허 회장, 지회 탈퇴 종용 지시했나’ 다툼 예고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이 이번 주에 시작된다. 노조 와해 문제가 폭로된 지 3년만, 이번 사건의 시작점이 된 직고용 문제가 불거진 지 7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 등 총 19명에 대해 오는 18일 첫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은 허 회장이 민주노총 지회 탈퇴 종용을 지시했는지를 법정에서 주요하게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SPC그룹의 노조법 위반 혐의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파리바게뜨 제빵사 5000여명에 대한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됐다. SPC는 이듬해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세웠고, 수백억원의 과태료를 내는 대신 노조와 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맺었다. 자회사가 5378명을 직고용하는 방안이었다.
피비파트너즈는 직고용과 함께 3년간 제빵기사들의 임금을 총 39.2% 인상했다고도 알렸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회적 합의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2021년 사측이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지회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 와해 작업을 벌인 사실이 폭로됐다. 검찰은 올해 3월 황 대표를, 4월엔 허 회장을 차례로 노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재판 쟁점은 ①지회 탈퇴 종용 ②승진 차별
③사측 우호 노조 지원 ④조직적 언론 대응
재판의 주요 쟁점은 우선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노조 탈퇴 종용 여부다. 검찰은 허 회장과 황 대표 등 8명이 공모해 2021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지회 조합원 총 573명 상대로 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회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비판적 활동을 이어가자 노조 탈퇴 종용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지회 조합원들에게 승진 차별을 했는지도 가려야 할 부분이다. 2021년 5월 정기승진 인사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지회 조합원들에게 고의로 낮은 정성평가 점수를 주고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준 점 등이다.
허 회장과 황 대표, 정모 전무 등은 회사에 우호적인 ‘피비노조’ 모집활동에 지배·개입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2017년 12월 지회에 대응해 피비노조를 설립하도록 하고, 2019년 상급단체가 없는 피비노조를 한국노총 전국식품 산업노동조합연맹에 가입하도록 했다. 검찰은 정 전무 등이 회사의 지원으로 지회 조합원들을 피비노조에 가입하도록 종용해 약 6주 만에 9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고 본다. 같은 해 8월 피비노조는 노동자 과반수 노조가 됐고, 임종린 지회장은 노동자대표 지위를 잃게 됐다.
허 회장 등이 피비노조를 언론과 국회 대응에 활용했는지도 관건이다. 허 회장과 황 대표 등은 2021년 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전진욱 피비노조 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뷰를 하게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회사 입장을 마치 노조 의견인 것처럼 전달했다며 피비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봤다.
허 회장의 공소장을 보면, 허 회장은 황 대표로부터 지회 탈퇴종용 작업을 시작한 사실을 전달받고 2021년 2월부터 매주 2회 정도 전화로 지회 탈퇴 실적을 보고 받았다. 그러면서 ‘왜 실적이 적냐, 속도가 늦다’며 황 대표를 질책하며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과반수 모집으로 임 지회장의 대표지위가 상실되자 허 회장은 황 대표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앞으로도 파리바게뜨지회를 견제하고 피비노조를 키울 수 있도록 잘 관리해라’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공판준비기일에서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종용을 허 회장이 지시했느냐 아니냐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 변호인 “부당노동행위 아냐” 혐의 부정
허 회장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소수 노조 지회가 SPC그룹의 주요 매장과 본사 앞에서 임금인상 등 회사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며 “이런 시위가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있어서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 및 피비노조 가입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징계 등 불이익 위협이나 부당노동행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피비노조 조합원 확보 개입 혐의에 대해선 “부당한 지원이라는 공소사실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런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노총에 협조를 부탁하는 입장으로, 일반적 지시를 하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이번 노조법 위반 사건과 병합돼 진행될 예정이다. 황 대표 변호인은 “(뇌물) 공여가 이뤄진 점은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서로 간에 실제 주고받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어 다툼이 있다”고 말했다.
18일 열릴 첫 재판에선 증인으로 세울 명단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황 대표는 검찰에서 탈퇴 종용을 자백하는 취지로 말해 황 대표 이하 직원들에 대해 굳이 증인신문을 다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 변호인단은 “일부 근로자들은 자발적 의사로 탈퇴하고 피비노조에 가입했다”고 맞섰다. 첫 공판이 시작되는 만큼 현재 구속 중인 허 회장과 황 대표 등이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 혐의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낼지도 주목된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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