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법에 거는 기대 [김백민의 해법기후]

한겨레 2024. 6.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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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국회에서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 14일부터 시행되었다.

분산에너지법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와 거대 송전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전력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 인근에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건설하여 지역 내 에너지 판매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전기요금을 인하해주는 법안이다.

그러나 분산에너지법의 본질을 불공평한 지역별 전기요금을 바로잡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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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난해 6월 국회에서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 14일부터 시행되었다. 분산에너지법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와 거대 송전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전력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 인근에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건설하여 지역 내 에너지 판매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전기요금을 인하해주는 법안이다.

분산에너지법의 핵심은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도의 도입이다. 서울과 부산의 전력 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서울은 부산의 2배가 넘는 전기를 소비하지만 전력 생산은 부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경기도 역시 전력 소비량이 발전량보다 2배 많다. 이처럼 수도권은 전력을 과도하게 소비하지만, 생산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은 지방과 수도권 모두 동일하다. 이러한 에너지 수급의 근본적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것이 분산에너지법이다.

그러나 분산에너지법의 본질을 불공평한 지역별 전기요금을 바로잡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 법의 가장 큰 취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빠르게 끌어올려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다.

분산에너지법의 제대로 된 정착은 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전기료 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걸 넘어,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같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을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유인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는 묘책이 될 수 있다. 많은 전기를 필요로하는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역 특성을 살려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전기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져야 대한민국은 에너지 대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수도권 발전만을 고집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언론은 연일 이와 관련한 무시무시한 기사를 쏟아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그리 끌지 못한다. 늘 우리의 책임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말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누구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들려오는 기후위기 경고에 마음이 무겁지만 한편에선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5년이면 최고점에 도달하리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파리기후협약이 선언된 지 어느덧 8년, 배출량이 그나마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는 인류가 ‘탄소 중립 2050’으로 가는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섰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위험성만 강조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위기 극복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전기다. 재생에너지든, 어떤 형태든, 전기를 싸게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국가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모든 첨단 기술의 근간은 결국 전기다. 전기를 지배하는 나라가 초일류 국가가 되는 시대이고, 우리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따라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분산에너지법의 제대로 된 정착이야말로 당면한 기후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강조한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충분한 전기에너지의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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