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닭들이 밥을 안 먹어" 부안 지진 닷새째에도 주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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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가 반으로 쪼개졌더라고. 며칠째 옆집 닭들이 밥을 안 먹는다고 주인이 걱정이 많아."
전북자치도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6일 오전 11시께 찾은 부안 행안면 행산문화마을.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8시 26분께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4.8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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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여진 약화하고 있어…인근 지역은 안전 유의해야"
(부안=뉴스1) 장수인 기자 = "살구나무가 반으로 쪼개졌더라고. 며칠째 옆집 닭들이 밥을 안 먹는다고 주인이 걱정이 많아."
전북자치도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6일 오전 11시께 찾은 부안 행안면 행산문화마을.
오전부터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마을 한 가운데 놓인 평상에 모인 주민들에게 지난 12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돼버렸다.
이번 지진의 진앙인 부안 스포츠파크와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주민들은 앞으로 또 어떤 규모의 지진이 마을을 덮칠지 몰라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에 이어 다시 만난 장순자 씨(83)는 지진 발생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띄는 피해가 없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마을 노인들마다 또 지진 나면 바로 튀어나온다고 집 문 앞에다가 옷 보따리부터 통장까지 싹 가방에 넣어서 꺼내놓았더라니까. 처음엔 별스럽다 했는데 나도 짐을 싸놓아야 하나 싶어"라며 "또 지진이 날까 봐 무섭다"고 몸서리를 쳤다.
지진 발생 당일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던 피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함께 있던 김혜숙 씨(70)는 "우리 산소에 살구나무는 꼭 사람이 쪼갠 것처럼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며 "지진이 나고 바로 그런 건 아니고, 얼마 후에 가서 보니 그렇게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가축들도 지진 영향을 받는 건지 의문스럽지만, 옆에 사는 아줌마는 닭들이 지진 발생한 날부터 지금까지 밥을 안 먹어서 걱정이라고 한다"면서 "(나도) 그날 지진에, 여진까지 세게 겪었더니 아직까지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붙어있는 신목마을 안혜경 씨(63)의 집 기왓장은 지난 12일과 같은 모습으로 떨어져 있었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던 안 씨는 지붕 위에 날린 듯 뒹굴고 있는 기왓장이 눈에 밟혔다.
안 씨는 "바로 붙이려고 시멘트도 사다놓긴 했는데 '저길 어떻게 올라가서 해야 하나' 엄두가 안 나서 어쩌질 못하고 있다"며 "12일 이후 며칠째 '또 지진이 날까. 뭐가 터지는 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8시 26분께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4.8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기상청이지진계기 관측을 시작한 지난 1978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올해 들어 전북지역에서는 2.0 이상 지진이 지난 2월 익산에 이어 2건 발생했다. 3.5 이상 진도Ⅴ 지진은 지난해 7월 장수에서 발생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에 전북에서는 586건의 지진 피해 신고(16일 오전 8시 기준)가 접수됐으며, △부안 455건 △김제 48건 △정읍 31건 △군산 16건 △고창 15건 △전주 9건 △익산 6건 △순창‧완주 각 3건 등에서 이어졌다.
시설별 피해 신고는 건축물 546건(주택 404건, 공동주택 17건, 창고 41건, 공공시설 21건, 학교 20건, 상가 등 43건), 국가유산‧주변시설 6건, 기타 34건 등으로 집계됐다.
부안 인근에서는 총 22회의 전‧본‧여진이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에 앞선 전진(前震) 1회, 규모 4.8 본진, 여진 20회(3.1 규모 1회 포함) 등이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조금씩 여진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이번 지진의 규모가 손에 꼽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인근 지역에서는 안전에 유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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