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중단” 쿠팡 엄포에 “안 써” 뿔난 시민들

오동욱 기자 2024. 6. 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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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무료배송을 안 한다면 (쿠팡이) 원하는 대로 앞으론 쿠팡 안 쓰려고요.”

평소 쿠팡에서 가공식품이나 전자제품 등을 사온 쿠팡 이용자 김수연씨(55)가 16일 결연한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쿠팡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후 낸 입장문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랭킹 조작하다 국가가 14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니 오히려 (로켓배송 못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쿠팡이 소비자를 호구로 보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앞으론 불편해도 다른 곳에서 물건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쿠팡 랭킹순’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후기 작성에 임직원을 동원한 쿠팡과 쿠팡의 자회사 씨피엘비(CPLB)에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힌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배송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쿠팡이 1400억원대 과징금 등 공정위 제재에 반발하며 ‘로켓배송 서비스와 물류·구매 투자 중단’을 언급하자 온·오프라인에서 이용자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쿠팡 대체재’를 구하며 쿠팡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기존 쿠팡 이용자들은 우선 쿠팡의 ‘배 째라 식 엄포’를 비판했다. 식구가 많아 쿠팡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씨(62)는 “(공정위가) 랭킹 시스템을 바로잡으라고 했더니 로켓배송을 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은 너무 이상하다”며 “그동안 거짓말로 돈을 번 것이라는 말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인 홍기창씨(35)는 “(아이 놀이를 위해) 공기주입기를 사려고 쿠팡에 검색했더니 1등 제품엔 리뷰 223개의 쿠팡 제품이, 3등은 리뷰 6300개의 일반 제품이 있었다”며 “그때부터 쿠팡이 아닌 타사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번에 쿠팡의 엄포를 보니 이젠 아예 탈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잇따랐다. 이날 ‘X’(옛 트위터) 이용자들은 “자기들이 잘못해서 과징금을 먹었으면서 소비자한테 협박이랍시고 하는 꼴”, “나도 쿠팡의 노예지만 로켓(배송) 안되면 쿠팡을 구독할 이유가 없다. 과연 고객과 쿠팡 중 누가 손해일까”, “쿠팡의 대응을 보니 말문이 막힌다. 시장점유율 더 높아지고 경쟁자가 나가떨어지면 어떻게 나올지…” 등 지적이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 이용자들이 쿠팡 멤버십에서 탈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서로 공유하고 있다. X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일부는 “돈 주고 이용하는 멤버십이 언제부터 무료배송이었냐”며 쿠팡 외에 다른 당일배송 서비스 업체들 이름을 공유하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원 춘천시에 사는 사회초년생 유모씨(32)는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쿠팡을 통해 산다”며 “로켓배송을 하지 않으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장 볼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유씨는 “쿠팡의 장점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배송을 시킬 수 있어서 물건을 쟁여놓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 이제 그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의류 등을 판매하는 신모씨(32)는 “최소한 반성도 하지 않는 쿠팡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자기들 제품만 랭킹을 높이겠다는 것 같다”며 “나는 부업이고 고객 수도 많지 않아 ‘탈출’하면 그만인데, 이용객이 많은 판매자는 탈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 쿠팡 “로켓배송 중단될 수도”…물류·구매 투자 축소 내비치며 ‘으름장’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6132108005#c2b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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