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즐비한 크로아티아, 스페인 16세 소년 한 명에게 당했다
크로아티아 축구 대표팀은 39세 루카 모드리치(A매치 176경기), 35세 이반 페리시치(133경기) 등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유로 2020과 2022 카타르 월드컵 3위 등 주요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이번 유로 2024에서도 경험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로 2024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의 한 고등학생에게 쩔쩔맸다. 16세 라민 야말(FC 바르셀로나)이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떨어져 나갔다. 유럽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요슈코 그바르디올(22·맨체스터 시티)도 소용없었다. 야말이 수비진을 흔든 덕분에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기회가 났고, 스페인은 전반에 2골을 몰아쳐 2-0으로 앞서 나갔다.
전반 추가 시간, 돌파를 두려워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야말과 거리를 두고 막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말은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로 공을 멀리 찼다. 이는 골대 앞으로 돌진하던 카르바할(32·레알 마드리드)의 오른발에 정확히 떨어져 골로 연결됐다. 야말은 돌파뿐 아니라 정확한 패스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스페인은 이날 3대0 대승을 거뒀다.
야말은 이날 역대 유로 대회 최연소 출전(16세 338일) 기록을 세웠다. 폴란드 카츠페르 코즈워프스키가 2021년 세운 종전 기록(17세 246일)을 앞당겼다. 도움 역시 유로 대회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영국 BBC는 “야말은 크로아티아 수비진을 뚫고 계속 춤을 췄다. 나이를 무시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야말은 소속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에서 ‘제2의 메시’라 불린다. 왼발잡이인 어린 선수가 바르셀로나에서 뛰어난 재능을 뽐낸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해석이다. 야말은 지난해 15세에 바르셀로나 1군에 승격되면서 구단 역사상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위협적이지만 밖에선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야말은 “의무교육 마지막 학년이라 숙제를 가져왔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잘하고 있다. 그래도 선생님이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같은 조 이탈리아는 이날 알바니아에 2대1로 이겼다. 대회 역사상 최단 시간 골인 23초 만에 실점하면서 체면을 구겼지마 전열을 가다듬어 역전승했다. B조는 이탈리아에 스페인, 크로아티아가 속해 ‘죽음의 조’로 불린다. 개최국 독일은 15일 뮌헨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 A조 1차전에서 5대1로 크게 이겼다. 스코틀랜드 수비수가 전반 42분 퇴장당하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같은 조 스위스도 헝가리를 3대1로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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