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아기 거북이는 생각보다 빨랐다
아기 거북이는 생각보다 빨랐다. “어 느릿느릿 거북이가 아니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기 거북이는 알에서 부화하면 전속력으로 바다로 달린다. 생존본능이다. 갓 부화한 아기 거북이는 해변에 있는 다른 짐승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온갖 천적을 피해 바다로 달려 간 뒤에도 위험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한 해변에서 가장 멀리 헤엄쳐 가야한다.
석양과 서핑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쿠타비치의 한쪽에는 커다란 거북이 조형물이 있다. 발리 바다거북이 보호 협회(Bali Sea turtle Society)의 상징 같은 조형물인데 사실 이 조형물 안에는 아기 거북이가 될 알들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단체는 해변으로 산란하러 오는 바다 거북들의 알을 수거해 부화시키고 그렇게 알에서 깨어난 아기 거북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이 지역을 찾는 바다 거북들은 보통 한 번에 50여 개에서 2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아기 거북이의 삶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해변은 바다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아기 거북이가 부화에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다. 용케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푸른 바다거북의 경우 1000마리 중 단 한 마리만이 살아남아 성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생존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바다거북 7종 중 6종이 국제 자연 보존 연맹 적색 목록에 등록되어 있을 만큼 다른 종류 거북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이 단체는 아기 거북의 생존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알을 수거해 부화시키고 다시 바다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기 거북이 방생 프로그램은 이 쿠타 비치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원한다고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의 부화 상태에 따라 방생 일정이 결정되는데 부화한 알이 있을 때만 소셜미디어 계정 공지를 통한 참가자 모집이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방생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아기 거북이를 절대 만지면 안된다는 당부를 가장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방생 활동 중에 절대 움직여서도 안된다. 아기 거북이가 바다에 들어가더라도 파도에 휩쓸려 해변으로 되돌아오는 수가 있는데 자칫하다 아기 거북이를 밟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몇가지 당부 사항을 듣고 나서 바구니에 든 아기 거북이들을 받아들고 해변에 나가 진행자의 구령에 맞춰 아기 거북이들을 바다로 돌려보낸다.
해변에 풀어준 아기 거북이는 바구니에서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렸다.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생존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대견했다. 진행자의 구령에 맞춰 참가자들은 아기 거북이들을 힘차게 응원했다. “어서 가! 아가야!” 방생 활동이 다 끝나도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기 거북이들의 모습이 바다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있었다. 꼭 건강하게 자라 이 해변을 다시 찾아주기를 모두가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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