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불길 끄기’ 나선 프랑스···대규모 시위에 전 대통령은 ‘총선 출마’ 깜짝 선언

선명수 기자 2024. 6. 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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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추산 총 64만명 시위 참석
“국민연합의 집권은 파시즘 부활” 우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디종에서 극우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뒤 조기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극우 집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극우 반대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총 64만명이 참석했고 수도 파리에선 25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적으로 25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파리에선 7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시위는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을 비롯해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등 대표적인 노조 5곳이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집권이 “파시즘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인종차별주의와 소수자 혐오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파리에서 극우 반대 행진에 참석한 학생 캐롤 앤 쥐스트(22)는 “RN은 인종차별주의적 유산을 가진 정당”이라며 “인권과 자유, 관용의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튀니지 출신의 의사 모하메드 베나마르(68)는 AP통신에 “프랑스는 다양한 인종과 출신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고 그것이 바로 프랑스의 힘이지만, RN은 이를 타파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파리 경찰은 이날 시위로 9명이 체포됐고 경찰관이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2만1000명의 경찰과 헌병대가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앞서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집권 르네상스당을 누르고 압승을 거두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두고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프랑스 의회 해산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 이후로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도박’에는 RN의 부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RN은 1차 투표에서 33%의 지지를 얻어 4개 좌파 정당 연합체인 신인민전선(NFP·25%)을 앞설 것으로 조사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의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조기 총선에서 RN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임기가 3년 더 남아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하지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RN 인사를 총리직에 임명해야 하며, ‘프랑스 극우의 새 얼굴’로 불리는 29세 정치인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힌다. AP통신은 총선에서 RN이 승리한다면 2차 세계대전의 나치 점령 이후 프랑스에서 첫 극우세력의 집권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극우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전직 대통령들의 얼굴과 ‘수치’라는 단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극우 돌풍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 전례 없는 일도 벌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시장을 지낸 도시 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총선 출마가 “상당히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인 상황에서 예외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극우파의 위험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는 그가 19년 넘게 의원직을 지냈던 텃밭 코레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인 올랑드 전 대통령은 사회당 소속으로 2012~2017년 집권했다.

앞서 사회당과 녹색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공산당 등 좌파 4개 정당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전쟁·가자지구 전쟁 등 각종 사안에 대한 이견을 제쳐두고 극우 돌풍에 맞서기 위한 연합체 NFP를 출범시켰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NFP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사심은 전혀 없다”며 “나는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소속 정당인 사회당은 올리비에 포르 대표조차 “그의 출마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는 등 적지 않게 당황한 분위기다.

전직 대통령의 정계 복귀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프랑스 앵포와 인터뷰에서 “왜 이 동맹에 매달리느냐. 그럴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뒤퐁 모레티 현 법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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