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2029년 스쳐가는 `아포피스`… 韓, 소행성 탐사 뛰어든다

이준기 2024. 6. 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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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등 신자원 보고 재평가
우주위 정책에 아포피스 포함
美·日·룩셈부르크, 사업 추진
아포피스 탐사선 모형도. 천문연 제공
미국 NASA가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를 보내 촬영한 소행성 '베뉴'의 모습. NASA
'소행성 탐사'를 키워드로 생성된 AI 이미지.
소행성 '아포피스' 상상도. 행성협회 제공

우주항공청이 개청 이후 소행성 탐사를 역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추진하려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해 무산됐던 지구 초근접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가 재추진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소행성 탐사는 태양계를 중심으로 한 우주과학 임무 중 가장 도전적인 분야로 꼽힌다. 첨단 우주과학기술의 결정체라는 점에서 한 나라의 우주과학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도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소행성이 희토류와 희귀광물이 묻혀 있는 '신자원 보고'로 알려지면서 우주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소행성 탐사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행성은 '태양계의 화석'…美·日 샘플 가져오는 데 성공

소행성은 행성들이 형성되던 원시 태양계에서 행성을 이루지 못한 잔해들이 뭉쳐 만들어진 천체를 의미한다. 태양계에는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많은 존재하는데 태양계 초기 형성과정 때 만들어진 원초적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태양계의 화석'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소행성을 탐사하거나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면 태양계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어 우주과학적 가치가 상당히 크다.

최근에는 소행성에 희토류와 희귀광물 등이 많이 부존하고 있어 이를 채굴하는 민간 우주탐사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신흥 우주 강소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룩셈부르크는 소행성 탐사·채굴을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행성 탐사는 미국과 일본이 선도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1호가 소행성 '이토카와 샘플'을 채취해 지구 귀환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20년에는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 흙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데 또다시 성공했다.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지구근접 소행성 '베누' 표면에 착륙해 흙과 자갈 등 샘플 250g을 채취한 뒤 2021년 5월 지구 귀환에 올라 2년 4개월 간 23억㎞를 비행해 작년 10월 지구로 돌아왔다. 일본 이토카아(2010년), 일본 류구(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소행성 샘플을 가지고 지구 귀환에 성공한 것이다.

◇韓, 아포피스 소행성 주목…우주청 정책 방향에 포함

우리나라는 2021년 지구 최근접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서 탈락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우주항공청에서 열린 '제1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우주항공청의 정책 방향에 아포피스 탐사가 포함되면서 재추진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아포피스는 2029년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초근접 소행성'으로, 평균 지름이 370m에 달한다. 2029년 4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0분의 1보다 가깝게 지구를 스쳐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 발견됐는데, 계산 결과 2029년 지구 충돌 확률이 2.7%로 분석됐다.

이 정도 크기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만배 위력을 가진다. 2021년 NASA는 정밀 분석 끝에 아포피스가 향후 100년간지구와 가까워지는 일은 있어도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소행성의 움직임은 드문 현상으로, 학계에선 아포피스가 지구를 근접해 통과할 때 자전주기와 표면구조 등 지구 중력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다양한 물리 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아포피스 탐사가 무산된 이후 지난해 소행성 '베누' 샘플을 지구로 가져온 '오시리스 렉스'가 아포피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미국은 또다른 소행성 탐사선이 금속 성분으로 이뤄진 소행성 '사이키(프시케)'를 탐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발사돼 2029년 프시케에 도착한 후,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내년 소행성 '파에톤'을 탐사할 '데스티니 플러스'를 보낼 예정이다.

◇천문우주 학계 가장 관심 큰 소행성은 '아포피스'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에 나선다고 해도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탐사 기술 확보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9년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선 탐사 경험을 가진 국가와의 국제협력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우리의 우주탐사 기술을 빠른 시간 내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요구된다. 이 때문에 과거 첫 발조차 내딛지 못한 'K-소행성 탐사' 프로젝트가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천문우주 학계에서 가장 관심이 큰 소행성은 '아포피스'다. 우리나라와 대만, 유럽 등이 탐사를 포기한 상황에서, 미국만 탐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행성 탐사의 주목적은 과학이지만, 미래 자원과 행성 방어 차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예타에서 떨어졌거나 과기정통부가 추진했던 부분들은 새 방식으로 어떻게 탐사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며 "부문장들이 하반기에 기획해 새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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