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 실시"
국립암센터 병동 최대한 가동·빅5 병원과 '핫라인' 구축…당일 정상진료 병원 안내
각 대학병원장들에 '진료 거부' 불허 요청…병원 손실 발생 시 구상권 청구도 검토
다음 주 서울대병원 등을 시작으로 의료계의 대대적 집단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응급환자 등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환자 피해사례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대학병원 등에는의대 교수 등의 휴진으로 병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의료계 집단 진료거부 대응상황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 이탈 장기화 등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며, 다음 주부터 잇따라 집단휴진에 돌입한다. 오는 17일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고, 18일엔 의협이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 동네 의원 등 개원의들에 더해 일부 의대 교수들도 '의협 회원' 자격으로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정 사태가 길어지며 국민들의 의료이용 불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협 등이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 총리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사와 환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전국 환자분들의 눈물어린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료계가 무리한 요구를 거두고 의료개혁에 동참하여 의료개혁의 주체이자 브레인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행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적시 대응이 중요한 응급환자 등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17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시행한다. 순환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매일 4개(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광역별로 최소 1개 이상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 △만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응급질환으로, 향후 다른 응급질환으로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암 환자들도 진료 차질이 없도록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한다.
현장 의료진 지원 차원에서 7~8월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대한 별도 수당도 지급한다. 의료인력 신규채용을 위한 인건비와 기존 인력 당직비도 적용 대상을 상급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종합병원으로 넓히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의 비상진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별 전담관'을 지정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병상을 최대치로 가동한다. 야간·휴일 진료는 단계적으로 늘리고, 소아 응급책임 의료기관 지정도 확대해 나간다.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당일엔 국민들이 정상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쉽게 알 수 있게끔 '진료 중'인 병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안내할 예정이다.
관련 정보는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 △복지부, 시·도 보건소, 건보공단, 심평원,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증 만성질환자의 경우, 비대면진료 활성화를 통해 대응해 나간다.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지자체에 의료기관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방법을 안내한다.
아울러 의사 집단 진료거부에 따른 환자 피해에 대해선 더욱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이미 예약된 진료를 환자의 동의나 치료계획 변경 등의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지연시키는 행위는 의료법상 금지된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거부'에 해당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국번 없이 ☎129에 연락해 신고하면 된다. 관련 신고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더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
각 대학병원장들에게는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를 '불허'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앞으로 일부 교수들의 휴진이 장기화돼 병원에 실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엔 구상권 청구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는 병원이 있을 시, 해당 병원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건강보험 선(先)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는 마지막까지 집단 휴진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1개 환자단체에도 일대일(1:1) 전담관을 지정해 고충·건의사항을 수렴하는 등 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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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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