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8번째 무산… `5G 28㎓ 주파수` 어쩌나

김나인 2024. 6. 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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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테이지엑스' 선정 취소
"경매 전·후 자금조달 계획 달라"
업체 "주파수 할당후 완납 정당"
업계 "해당 대역 가성비 떨어져"
14일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스테이지엑스 제공

정부가 추진해온 '제4 이동통신사(제4이통)' 선정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결정으로 사실상 8번째로 무산됐다. 스테이지엑스가 약속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는 등 애초 이행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신규 사업자 출범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4이통 선정을 추진한 계기였던 5G 28㎓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연구반을 가동해 5G 28㎓ 대역 활용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자본금 2050억 미납에 제4이통 좌초…"이르면 내달 초 청문 결과" =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지난달 7일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제출한 필요서류를 검토한 결과 법령에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선정 취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핵심 이유는 주파수 경매 전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할당 신청서와 경매 후에 낸 서류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자본금 납입 증명서와 법인 등기부등본상 주요 주주 구성이 주파수 할당 신청 시와 같아야 하고, 각 구성 주주들이 할당신청 서류에 적시한 자금조달 계획을 지켜야 하는 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할당신청서에 명기한 금액은 2050억원이었지만, 지난달 제출한 자본금납입증명서상 금액은 500억원이 안 됐다. 과기정통부는 복수의 법률 자문을 통해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 완료하는 것이 필수 요건임을 재확인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선정 취소 사유하는 것. 현재까지 스테이지엑스의 등기부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신청서 상의 자본금 규모와 이에 참여하는 주주들, 주식 소유 비율 등이 신설 예정 법인의 내용과 같은지 확인하는 실체적인 내용이라 문제가 된 것"이라며 "예전과 같은 재정능력 심사 차원이 아니라 사업자가 스스로 제시한 규모의 자본금이 실제 납입됐는지 확인하는 문제"라 말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할당신청 '적격' 통보를 받은 주파수이용계획서 상 자본금 2050억원의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라며 "사업자가 등록제로 변경된 현 시점에 자본금 요건을 문제 삼아 선정 취소 사유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거쳐 선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청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초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동통신은 '통신 기본권'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사업으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업체가 시장 진입 후 실패할 경우 그 폐해와 부담은 오롯이 소비자와 시장의 몫"이라며 "준비가 부실한 기업의 기간통신사업 진입 시도가 재연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시 되돌아온 28㎓ 대역 어쩌나 = 정부는 연구반을 가동해 추가적인 주파수 경매 절차, 할당 공고에 대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4이통 선정을 또다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미 제4이통 선정을 7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통신시장은 가입자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규모 있는 알뜰폰 기업들이 등장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통신요금 인하도 정부가 주도하고 통신사들이 뒤따르면서 상당 수준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 진입보다는 알뜰폰이 자체 경쟁력을 갖도록 자체 통신망과 기술, 개별 요금설계가 가능한 '풀 MVNO'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기업이나 검증된 해외 자본이 대주주로 들어와야 경쟁력 있는 사업자 탄생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기존 이통 3사도 포기한 5G 28㎓ 대역으로는 경쟁력과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28㎓ 대역만 할당하는 것은 빈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라고 부추기는 꼴"이라며 "경쟁력 있는 중대역 주파수 할당 계획을 세우고 28㎓ 의무 구축을 옵션으로 제시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5G 28㎓ 대역 활용 방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5G 28㎓ 주파수 재경매와 발맞춰 원점부터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선해야 할 법제도를 추가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기술 진화에 따라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주파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은 견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여러 방안이 있는데, 과포화 상태인 통신 시장에 굳이 이통사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제4 이통 선정을 추진한다면 면밀한 통신시장 진단을 통해 필요성 여부를 평가하고, 건실한 재정 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선정돼 시장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주파수 할당 고시, 전기통신사업법·전파법 등 미흡한 법·제도를 먼저 개선한 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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