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미군 전투기 조종사까지 영입”...다른 나라 정보는 빼앗고 안에선 검열 올인하는 ‘이 나라’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6. 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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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34]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SK하이닉스에서 일하던 중국 국적 직원 A씨가 반도체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 화웨이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중국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겉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사실상 중국 정보기관 산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미국의 봉쇄를 넘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현을 위해 최전방에 나서고 있죠.

지난해 화웨이는 자체 AP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놔 세계를 놀라게 한데 이어, 최근에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에서도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산업기술 유출 관련 검거건수는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은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속수무책 입니다. 실제로 기술유출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중소기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정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보안대책에 투자할 여력이 안되는 곳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유럽도 제재 수위 높이자...中 정보당국 활동 강화
[그래픽=매경DB]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디리스킹을 위해 중국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이자, 영국, 독일 등지에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에 정보원을 심는 등 한층 적극적으로 정보 탈취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유럽 안보당국의 경계심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FT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지난달 22일 중국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전직 의회 연구관 등 자국인 2명을 기소했습니다. 같은 날 독일 검찰도 방위 산업 기술을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자국인 3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장시간 중국 당국과 친밀한 교분을 유지하며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죠.

영국 정부는 중국 등이 군사·상업적 우선순위에 있는 기술 탈취를 위해 대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FT는 중국이 장기간에 걸쳐 유럽인들의 태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첩보 활동을 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여자 첩보원을 통해 주요 인물을 포섭하는 ‘허니팟’ 형태 공작이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보다 장기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형태의 공작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예컨데, 지난 1월 벨기에의 한 유력 정치인은 중국 정보당국과 오랫동안 접촉하면서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 등에 대한 유럽내 논의에 중국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도 현직 의원의 보좌관이 포섭돼 유럽의회의 협상 및 결정 관련 정보를 넘기고, 중국정보기관을 대신해 독일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로 체포됐죠.

지난 4월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극우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의 마스크를 쓴 시위자가 중국과 러시아 국기를 들고 가슴에 ‘독재자를 위한 대안’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서 있다. 막시밀리안 크라는 보좌관이 중국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고, 스스로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의심스러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한편, 중국도 연일 ‘해외 스파이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중국 국가안전부는 해외 비정부기구(NGO)와 재단들이 연구를 가장해 중국의 환경정보를 훔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환경 스파이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의심 사례를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려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동시에 첨단 기술 탈취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자국의 해외 주재원들 에게도 경고를 전했습니다.

음지에 있어야 할 국가안전부가 최근 부쩍 공개 게시물을 통해 해외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호소하는 것은 유럽의 경계확대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입니다.

서방 전투기 조종사 채용해 軍훈련시키는 中...대만침공 대비?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투기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
최근 중국은 일반 산업분야 기술자 뿐 아니라 서방의 전투기 조종사 등 전현직 군인들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선진 비행 기술을 보유한 외국 전·현직 군인을 영입해 공군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인데, 군사 부문에서의 스파이 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6일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함께 서방 출신 군인들을 채용하는 중국에 대해 경고의사를 밝혔습니다. 마이클 케이시 NCSC 센터장은 “전·현직 군인들이 그들의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국가 안보를 잠식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NCSC에 따르면 중국의 서방 전·현직 군인 채용 수법은 사실상 사기에 가깝습니다. 예컨데, 민간회사를 설립하고 인민해방군과의 연결고리를 숨긴 채 막대한 급여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영입하기 때문입니다. 영입 대상은 전투기 조종사뿐 아니라 비행 엔지니어, 항공 작전 센터 관계자, 공중 군사 전술 전문가 등 다양합니다. FT는 “중국은 훈련의 일환이라면서 서방의 최첨단 전투기와 공중 전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려 한다”며 “대만 상공에서 서방이 펼칠 전술 등을 엿본 것”이라고 풀이 했습니다.

서방 국가들도 조치에 나섰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 전·현직 군인을 모집하는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단체들에게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영국은 특정 군사 정보를 외부에 공유할 경우 전직 군인도 기소할 수 있게 국가보안법을 개정했죠.

“팔로우 취소해”...해외發 정보 검열에 인해전술 피는 中
지난 2월 리잉이 자신의 X계정에 올린 “공안이 내 팔로워 160만 명을 추적 조사중” 이라는 내용의 게시물. [X 캡처]
“내 팔로워들을 협박해 구독을 취소하게 만들어 압력을 가한다. 중국 당국은 반체에 인사 타도를 위해서라면 비용은 개의치 않는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중국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려온 중국인 인플루언서 리잉(李穎)은 자신의 X 계정에 이 같은 트윗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공안이 내 팔로워 160만 명을 추적 조사중이다. 개인을 특정한 뒤 현지 경찰에 통지하고 소환조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올리는 게시물은 주로 중국본토에서 검열에 의해 차단되는 것들 입니다. 그는 지난 2022년 코로나 19 펜데믹 기간 악명높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참다못해 중국 전역에서 ‘백지 시위’가 잇따르자, 해당 소식을 처음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리잉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정보통제를 위해 손이 많이가더라도 위압적인 ‘인해전술’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200만명에 육박한 팔로워들에게 일일히 연락해 “차 한잔 하자”며 협박하는 겁니다. “차 한잔”은 중국에서 당국에 불려가 조사받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은어 입니다. 조사를 받은 사람들중엔 직장을 잃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챗 GPT가 중국 정보당국이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반중 게시물을 올리는 인플루언서 구독자들을 협박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그는 “내 팔로워 명단을 개별적으로 조사하는 전략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이다” 며 팔로워들에게 안전을 위해 팔로우를 취소해줄 것을 독려했습니다. 이후 그의 팔로워수는 하루새 20만명 가량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비용이 주로 플랫폼 구독자에 의존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경제적 압력을 가해 검열을 하는 셈입니다.

리잉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전략이 해당 인플루언서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팔로워나 구독자들이 당국이 두려워 계정이나 채널 구독을 꺼리거나 해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검열되지 않은 콘텐츠를 원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계속 계정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中, 검열 등 정보개입에만 매년 수십억弗 쏟아붓지만...
지난 2022년 12월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중식당 대표가 ‘비밀 경찰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선전 및 이데올로기 활동을 강화해 왔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매년 이 부문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 노선으로 대외전략을 수정한 이래, 국경 밖으로 공세적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 왔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정보기관등을 통해 중국내는 물론, 해외 거주중인 반정부성향 개인이나 단체를 협박해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캐나다 정보기관 ‘안전정보청’(CSIS)은 지난 2번의 총선때 중국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비정부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도 2022년 보고서에서 중국이 최소 53개국에서 100곳이 넘는 ‘비밀 경찰서’를 운영중이라고 폭로한바 있죠.

한국에서도 2년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중식당이 중국 ‘비밀 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됐고, 최근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중국과 관련국들과 관계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지방 부동산 부채, 역대급으로 치솟은 청년실업률, 고령화 문제 등으로 성장여력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예산을 어느때 보다 효율적으로 써야할 때로 보이나, 중국 당국은 반체제 인사 단속 등 정치 검열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만약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 인민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더 쌓여갈 것입니다. 중국 당국은 분명 정보 통제와 위압 수준을 더 높일 것이기에 검열 및 개입에 쏟아야할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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