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아치같이 뭐 하는 짓” 한 마디에 수십억 증액…KT ‘고가매입’ 민낯

"클라우드 관련 기술 역량과 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져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IT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 KT 관계자(2022년 9월)

KT 자회사인 KT 클라우드는 2022년 클라우드 기업인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했습니다.

실무진 반대가 이어졌지만 KT 수뇌부는 꿋꿋이 인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 KT 자금 212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검찰은 이 212억 원짜리 스파크 인수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50억 원 이상(약 115억 원 상당) 비싼 '고가 매입'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윤경림 전 KT 사장과 윤동식 전 KT클라우드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이 수상한 '고가 매입'의 배경을 공소장에 상세히 기재했습니다.

■ 검찰, "'구현모 KT 대표 연임' 위해 '고가 매입' 이뤄져"

'구현모 당시 KT 대표의 연임'

KBS가 확보한 윤경림 전 KT 사장 등의 공소장에 나타난 '고가 매입'의 목적입니다.

2020년 KT의 대표로 취임한 구 전 대표는 3년의 임기 만료를 앞둔 2022년 연임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구 전 대표는 2018년부터 KT 법인자금을 KT의 임직원 등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한 이른바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2021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이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 전 대표에 대한 약식명령을 내리면서, KT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에 근거해 구 전 대표에 대한 연임을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우호지분 확보'가 윤 전 사장 등 구 전 대표 측근들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가 된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구 전 대표의 복귀 요청에 따라 2021년 9월 현대자동차 Tass사업부장(부사장)에서 KT 사장급 임원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복귀한 윤 전 사장은 주변에 "구현모 KT 대표 연임이 나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하며, 복귀 다음 달부터 KT의 대주주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에 집중했습니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KT-현대차그룹의 지분교환 프로젝트에는 '에르메스 딜(Hermes Deal)'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현대차 그룹 공정거래법상 리스크 해소 위해'…박성빈은 누구? 스파크는 어디?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박성빈 전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대표입니다.

박 전 대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입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5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현대자동차'의 동일인을 정몽구 전 회장의 아들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 지정하면서, 현대자동차 그룹 입장에서 정 회장의 동서인 박 전 대표가 운영하던 스파크는 리스크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스파크의 거래 물량 대부분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 의존해, 향후 부당지원 등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 같은 상황에 처한 박 전 대표가 스파크 매도를 추진했고, 윤 전 사장과 접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윤 전 사장 역시 자신이 주도한 '에르메스 딜'의 성공을 위해선 박 전 대표의 협력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순간입니다.

■ 모두가 '인수 위험' 외쳤지만…곳곳에서 나온 스파크 인수 반대 의견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KT와 접촉하기 전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여러 회사와 접촉했습니다.

SK텔레콤과 여러 클라우드 IT회사들에 스파크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안 좋았습니다.

이들 회사는 박 전 대표 측에게 '스파크 매출이 지나치게 현대오토에버에 의존하는 위험 요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수 검토 중단' 또는 '인수 의향 없음'을 통보했습니다.

회사 매각이 여의치 않자 박 전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윤경림 전 사장에게 접촉했습니다.

검찰은 2021년 12월 15일 박 전 대표가 윤 전 사장에게‘스파크는 이제 내가 더 성장시키기 버겁다. 스파크를 KT 측에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 200~250억 원에 매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부탁과 함께 스파크에 관한 기업소개자료를 건넨 것으로 봤습니다.

윤 전 사장은 KT 백모 전 전략투자실장에게 스파크 인수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스파크의 본원적인 기술력 존재에 대한 의문이 있는 등 위험 요소들이 있다’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높은 매출 집중도는 높은 위험 요소로 판단된다'는 부정적인 보고들이 돌아왔습니다.

윤경림 전 KT 사장

■ 반대 의견 묵살…인수의향가는 과대평가

이 밖에도 내부 반대는 쏟아졌습니다.

스파크 인수 주체인 KT 클라우드의 전신, 클라우드·IDC 사업추진실 실무자들이 ‘스파크는 클라우드 서비스 관리 운영하는 업체로 전형적인 기술 업무 방식 이외에 기술적으로 차별되는 점이 홈페이지나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고, 현대자동차와 강한 사업적 기술적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현대오토에버와의 계약 연장 불투명하고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인수를 밀어붙였습니다.

윤 전 사장은 백 전 실장에게 재차 박성빈 전 대표의 스파크 매도희망가격(200~250억 원)을 전달했는데, 사실상 박 전 대표가 희망하는 매매가격을 도출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가져온 스파크의 약식 가치평가 중 가치가 낮게 평가된 평가 방법은 임의로 제외하고, 높게 평가된 방법에는 스파크의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도록 수치를 조정하거나 가산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스파크의 인수가는 160~250억 상당(중간값 205억 원)으로 과대평가돼 윤 전 사장에게 보고됐습니다.

또한 윤 전 사장은 원활한 인수를 위해선 스파크 인수 주체인 윤동식 전 KT클라우드 대표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스파크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습니다.

또 윤동식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서정식 전 오토에버 대표에게도 윤 전 대표를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윤 전 대표가 서 전 대표에게 자신도 스파크 인수에 적극 동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박성빈 전 대표와도 만나 '스파크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비치며, 실무진들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찬성 의견을 밀어붙여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양아치같이 뭐 하는 짓"…인수대금에도 불만 나오자 또다시 상향 지시

이 같은 '뻥튀기' 과정을 통해 스파크 실사 및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이 처음 내놓은 스파크의 기업가치는 192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격도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된 것이라 검찰은 말합니다.

하지만 박성빈 전 대표가 원했던 200억~25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었습니다.

공소장에는 박 전 대표가 192억 원이 적힌 주식매매 계약서를 건네 받고 강하게 불만을 드러낸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2022년 6월 17일 박 전 대표는 서정식 전 대표에게 'KT 측이 스파크 매매대금에 있어 협의가 다 된 사항에 대해 막판에 다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다 이야기가 끝났는데 양아치같이 뭐 하는 짓이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에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만난 지 3일 만에 윤경림 전 사장을 만나 "박 전 대표가 매우 짜증을 내고 격앙되어 있다. 형이 좀 챙겨봐 줘야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습니다.

KT 수뇌부들의 대응은 하루 만에 신속히 이뤄졌습니다.

검찰은 서 전 대표의 부탁을 받은 다음 날 오전 윤 전 사장이 백 모 전 KT 전략투자실장을 불러 "박성빈이 희망하는 매매대금 하한 200억 원에 비해 8억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감정이 상하게 협상할 필요가 있냐"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봤습니다.

윤동식 전 대표 역시 비슷한 시기 박 전 대표의 불만을 듣고, 2일 뒤 백 전 실장과 KT 전략투자실· KT 클라우드 임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스파크 매매대금을 기존 192억 원보다 증액된 210~220억 원 사이로 상향 조정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2022년 10월 4일 박 전 대표가 보유한 스파크 주식 10만 주(발행 주식 100%)를 206억 8,000만 원에 인수해 KT가 50억 원 이상(약 11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

■ "휴대전화 한강에 던져 버려"…검찰, '고가매입' 수사 이뤄지자 증거인멸 지시까지

검찰은 지난해 8월 28일 '고가매입' 의혹과 관련해 윤경림 전 사장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윤 전 사장이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에게 증거은닉 교사를 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윤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서 전 대표와 검찰 수사, 박성빈 전 대표 등에 대한 대화를 하는 과정에 '박성빈의 부탁을 받은 스파크 인수 건 때문에 KT에서도 쫓겨나고 수사도 받게 됐으니, 박성빈이 내 변호사 비용을 대납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취지의 대화와 스파크 인수 과정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이 이런 대화가 서 전 대표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실을 알자, 서 전 대표에게 '저장된 녹음파일과 문자메시지를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폐기하라. 포렌식을 하면 삭제한 내용이 복구되니 휴대전화 자체를 없애버려라. 휴대전화를 한강에 던져 버려라. 새 휴대전화에 과거 자료 백업도 하지 말라'고 재차 요구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이에 서 전 대표는 자신의 휴대전화 기기를 교체하고, 예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자신이 다니던 스포츠클럽 개인사물함에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30일 윤경림 전 사장과 윤동식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하는 한편,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8억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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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