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적 체제 속에서 탄생한 미술…‘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展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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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잘못 설계된 세상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말처럼 예술은 억압 속에서 피어나며 체제에 균열을 만들어왔다.
지난 4일부터 평택 mM(엠엠)아트센터 전시실3에서 진행 중인 소장품전 '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에선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피워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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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어
“예술은 잘못 설계된 세상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말처럼 예술은 억압 속에서 피어나며 체제에 균열을 만들어왔다. 인류 역사에서 권력은 예술을 입맛대로 길들이려 했다.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체제의 생명을 연장하는 선전물로 쓰기 위해서다. 다만 그럴수록 예술은 검열과 예속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지난 4일부터 평택 mM(엠엠)아트센터 전시실3에서 진행 중인 소장품전 ‘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에선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피워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엔 1940년대부터 소련이 붕괴하는 1991년까지 회화는 물론 소련 붕괴 후 작품 활동을 이어온 러시아 작가의 작품 등 총 83점을 한데 모았다.
스탈린 집권 후 예술은 당국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했다. 특히 1934년 제1차 소비에트작가총회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개념이 탄생한 후 모든 작품은 당국에 통제 아래서 프롤레타리아성, 일상성, 현실성, 당성(黨性)을 담은 관제 예술이었다.
당과 체제, 노동계급을 찬양하고 낙관에 찬 인물과 도시를 내세우며 이상화한 현실을 표현하는 등 국가에 의해 주제와 양식이 정해졌다.
반대로 추상화나 당국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인물화와 풍경화 등은 국가 주도의 미술 양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일종의 저항이었다.
이번 전시 작품 대부분 이 같은 소련의 ‘비공식 지하미술’이다.
특히 1974년 모스크바 교외에서 기습적으로 연 비공식 미술 전시회인 ‘불도저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당시 전시회는 불도저를 동원한 경찰 당국의 폭력적 진압으로 무산됐고 참여 작가들의 작품 또한 당국에 압류 당했지만,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문화부 승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을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등 표현 양식으로 구분했다. 시대가 아닌 표현 양식으로 배치하면서 당대 체제가 원하던 미술과 체제 저항적 의미를 담은 미술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아니케예프의 ‘여성 노동자’, ‘나스텐카’ 등 인물화 작품에선 1940~1960년대 스탈린 집권 시기 당대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의 전형을 관람할 수 있다.
반면 타티쉬빌리의 ‘트빌리시 구시가지’와 같은 작품에선 소련 이전 비러시아권 지역의 모습이 담겼다. 회색빛 단조로운 소련의 도시 풍경과 대비되는 이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미학적 탈출구로 삼으려던 작가들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체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담은 코르반의 풍경화와 정교회 성당과 같은 종교 건축물 등 체제가 원치 않는 상징을 담아낸 코미사로프의 풍경화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로신과 쿠페탼 등 소련말 추상미술도 감상할 수 있다. 그간 체제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샤갈, 칸딘스키, 말레비치 등 작가들의 추상 미술을 재조명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작품이다.
최승일 mM아트센터 관장은 “공훈예술가로서 선전·선동 그림을 강요받으면서도 체제에서 벗어나 그리고 싶었던 것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당시 정부가 정한 양식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작가의 시선을 따라 그려진 소위 비공식 미술은 작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와 상관없이 예술의 길을 걷던 과거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7월14일까지.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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