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꺼지면 형·동생 했는데, 이런 적이 없었다”…탈출구 안보이는 국회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4. 6. 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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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이 없었어요. 카메라 꺼지면 다 형 동생 한다? 그건 옛날 이야기예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의도에서 근무했다는 한 정계 관계자는 "저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모습도 늘 봐왔다. 그런 저에게도 요즘 국회 분위기는 낯설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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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갈등, 정치 현안으로 확대
뒤로 밀려난 민생…대화 필요성↑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모습. [이상현 기자]
“이런 적이 없었어요. 카메라 꺼지면 다 형 동생 한다? 그건 옛날 이야기예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의도에서 근무했다는 한 정계 관계자는 “저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모습도 늘 봐왔다. 그런 저에게도 요즘 국회 분위기는 낯설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수준을 넘어 ‘물밑대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농담 같지만 ‘쇠사슬 국회’ 시절에도 밤이면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어깨동무하고 사우나 가고, 술 마시러 가기도 했다”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합의점을 찾고, 또 한 번씩 양보했던 예전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여야는 전반기 원(院) 구성도 아직 마치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임명을 단독 처리했고, 국민의힘은 ‘보이콧’을 선언한 뒤 자체 특위를 가동 중이다.

원 구성 법정 시한은 지난 7일이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놓고 여야는 합의하지 못했다. 여기에 야권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 국민의힘은 연일 ‘의회 독재’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의회정치 원상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최소한 지난 원 구성 협상에서 누차 요구했듯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또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원상복구 시키라는 것”이라며 “대표 간에 여러 대화도 좋지만, 이제 국민 앞에서 협상을 해보자”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대국민 1대1 공개 토론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이상현 기자]
상대 정당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건 국민의힘뿐만이 아니다. 상임위 불참을 선언한 국민의힘이 야권의 단독 발의 법안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야권에서는 ‘거부권 독재’라는 비난으로 받아쳤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공개 토론을 제안한 날 박찬대 원내대표는 “다음주 월요일(17일)에는 꼭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며 고 밝혔다. 원 구성에 관한 당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고, 고수하겠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불법 무노동 생떼 쓰기에 국회 반쪽이 멈춰있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면서 “계속 일하지 않겠다고 생떼 쓰는 사람 기다리느라 국회가 법을 어겨가며 산적한 현안을 외면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 구성 외에도 지난 국회에 이어 또다시 발의된 ‘채상병 특검법’, 전·현직 대통령들의 영부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 현안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간 물밑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양당이 모두 요구하는 게 있지만, 어느 한 쪽이 조금이라도 양보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 현안은 해결되지 않고, ‘일하지 않는 국회’ 오명만 듣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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