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만? '히어로'·'졸업'까지, 불멸의 직진 로맨스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선재 업고 튀어'에서 등장한 15년 순애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시간을 초월한 사랑, '졸업'을 달군 첫사랑 사제 로맨스까지. 역시 '직진' 로맨스는 한국 드라마 불멸의 키워드다. 이제는 외신의 찬사까지 자아내고 있다.
최근 미국 타임지에서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약칭 선업튀)'를 두고 "지금까지 올해 최고의 K 드라마 피날레를 장식했다"라는 호평이 게재됐다. 타임지에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에 대해 평론을 남겨온 케이티 버트가 '선재 업고 튀어'에 대해 "향수, 로맨스, 살인 사건이라는 하위 줄거리와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슬립에 감정적 성장을 복합적으로 선보여 로맨틱 코미디라는 친숙한 장르를 예상치 못한 전개로 감동적인 스토리로 만들었다"라고 호평한 것이다.
특히 케이티 버트는 '선재 업고 튀어'의 '해피엔딩'에 대해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지지와 응원으로 구성"된 것이나, "솔이 사랑부터 직업까지 모든 면에서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고 남자 주인공인 선재가 솔에 대한 지배가 아닌 지지로 성취감을 가졌다"라며 극찬을 남겼다.
소위 '꽉 닫힌 해피엔딩'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일종의 공식이다. 꾸준히 답습됐다는 점에서 시청자 일각의 불호 반응이나 단조롭고 뻔하다는 혹평을 남기기도 하지만 알고 봐서 더 기대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기대감을 담보로 하는 무난하고 이상적인 마무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나아가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서 해피엔딩은 더더욱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지고지순하고 오랜 시간 간직해온 직진 로맨스의 정점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시청자들이 해피엔딩을 염원한 것도 극 중 여자 주인공 임솔(김혜윤 분)이 남자 주인공 류선재(변우석 분)가 15년 동안 간직한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류선재는 임솔이 삶의 의지를 놓아버릴 뻔한 위기를 다잡아준 '최애'이기도 했다.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을 오직 한 사람만을 품은 남녀 주인공의 쌍방 직진 로맨스를 거부할 시청자는 없었다. 이에 케이티 버트는 '선재 업고 튀어'의 해피엔딩에 대해 여성 중심의 시청자들의 반응을 착실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높이 샀다.
비슷한 시기 방송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약칭 히어로)' 역시 남녀 주인공의 쌍방 구원 서사를 토대로 한 직진 로맨스를 그리며 호평받았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잃었던 남자 주인공 복귀주(장기용 분)는 뒤늦게 운명의 그녀 도다해(천우희 분)를 구해내며 시간을 넘나들며 순애보를 펼쳤다. 도다해 역시 사기를 위해 접근했던 복귀주 옆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사랑의 힘으로 유의미한 결말을 만들었다. 우울증과 사기꾼이었던 서로의 과거를 함께 구원하는 이들의 사랑 역시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tvN 토일드라마 '졸업' 역시 사제지간이라는 금단의 사랑을 뛰어넘는 직진 로맨스로 설렘을 선사하는 중이다.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위하준 분)가 대치동에서 보여주는 미드나잇 로맨스를 그린다. 대중이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는 이야기에 더해 '첫 제자' 이준호와 인생을 바꿔준 '스승' 서혜진의 감정선이 쉴 틈 없는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금기시되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졸업'에서 서혜진과 이준호의 로맨스는 꽤나 설득력을 얻는다. 배우들의 호연이나 많지 않은 나이 차이 등 금기를 상쇄할 요소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품은 첫사랑을 잃지 않고 간직한 이준호라는 인물의 진정성이 가장 큰 설득력을 자아낸다. 여기에 의미를 숨기지 않고 넣어대고 또 인정하는 서혜진과 이준호의 품격있는 언행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행간읽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이 15년을 뛰어넘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처럼 시공을 초월한 판타지가 됐던 혹은 '졸업'에서처럼 사회적 금기를 깨는 도전적인 모험이 됐던 변하지 않는 불멸의 사랑은 한국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때로는 청춘 로맨스로, 때로는 휴머니즘적 표현으로, 때로는 은근한 미드나잇 로맨스로. 같은 소재 안에서도 다양하게 변주하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에 외신마저 호평을 보내는 상황. 작품의 엔딩은 꽉 닫을 지라도 로맨스 장르의 지속성은 열려있는 직진 로맨스 해피엔딩에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현생'의 시름을 잊고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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