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유기동물 입양센터가 필요하다 [따듯한 동물사전]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2024. 6. 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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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실제로 유기동물 입양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달리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실제 입양 두수와 입양률은 몇 년째 요지부동이다.

동물보호센터와 긴밀하게 연계된 입양센터는 입양 준비 단계의 동물들을 보호하며,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 간 잦은 교류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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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로 이어져
보호센터 설립은 부지 선정에 어려움 겪기도

(시사저널=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지 말고 가족으로 입양하자는 의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된 국가에서는 훨씬 오래전부터 동일한 슬로건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세월만큼 인식이 꽤 많이 변했다. 이제 펫숍에서 돈을 주고 반려동물을 구매한 것을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마저 생겼다. 어느 연예인이 자신의 SNS를 통해 펫숍에서 분양해온 사실을 공개했다가 팬들에게 댓글로 뭇매를 맞는 일도 있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실제로 유기동물 입양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달리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실제 입양 두수와 입양률은 몇 년째 요지부동이다. 왜 이런 관심이 실제 입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동물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반려견 ⓒ연합뉴스

입양센터의 표준화된 모델 정립해야  

유기동물 입양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접근성이다. 전국 지자체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길에서 발견된 유기·유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보호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그 규모에 비해 많은 동물이 구조되기 때문에 항상 포화 상태다. 소음과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시설이 자기 집 근처에 들어서는 것을 사람들이 반길 리 없다. 그래서 대다수 동물보호센터는 인적이 드문 외딴곳에 떨어져 있다. 때문에 동물보호센터는 평소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보기 힘들다. 입양을 위해 방문하려 해도 큰맘 먹고 가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 거리감이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최근 지어지고 있는 선진형 보호센터들도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담당부서에서는 해당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기저기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는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포기하고 또다시 외딴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 선진화된 시설과 운영체계를 갖추고 운영하더라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면 그 변화를 알리기 어렵다. 많은 동물보호센터가 선진화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더럽고 열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동물이 보호·관리되어야 하는 동물보호센터는 사람들 가까이 위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도심에는 보호센터가 아닌 다른 성격의 입양센터가 필요하다. 동물보호센터와 긴밀하게 연계된 입양센터는 입양 준비 단계의 동물들을 보호하며,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 간 잦은 교류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산책, 교감 프로그램 등을 상시 운영하며 보호소에 갇혀만 있던 동물들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화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입양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보호센터와 비슷하게 운영되거나 표준화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입양센터의 표준화된 모델을 정립해 어느 곳에서나 펫숍이 아닌 입양센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지 않고 입양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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