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8년 걸리는 희소질환 진단, 7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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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14일 서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희소질환은 빈도가 낮아 의료인이 환자를 접하기 어렵고, 증상이 다양한 데다 진단 기술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진단 기술이 진단 방랑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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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질환 진단율도 16.5%에서 36%로 증가”
‘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제대로 진단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상황을 뜻한다.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희소질환은 진단 방랑 문제가 더 심각하다. 평균적으로 의사 8명에게 진료를 받고 최종 진단까지 8년이 걸리며, 초기 진단이 잘못될 확률이 70%에 달한다.
지난 14일 서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희소질환은 빈도가 낮아 의료인이 환자를 접하기 어렵고, 증상이 다양한 데다 진단 기술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진단 기술이 진단 방랑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정 희소질환과 관련된 단일 유전자의 유무를 검사하는 ‘단일 유전자 검사’나 수십~수백 개의 관련 유전자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패널 검사’ 비용을 각각 90%, 20% 지원한다. 유전자 검사는 유전물질인 DNA를 이루는 염기 4종이 어떤 순서로 연결됐는지 해독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염기서열 30억 쌍을 모두 해독하면 좋지만, 그런 전장 유전체 검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전장 유전체 검사는 두 검사보다 범위가 훨씬 넓어 희소질환을 진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0년부터 2년 동안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와 가족 총 1만 5000명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했다. 박 원장은 “1차 연도에서 패널 검사는 진단율이 16.5%였지만 전장 유전체 검사를 이용하면 32.4%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진료 정보와 유전체 분석을 통해 2차 연도 기준 희소질환 진단율은 33.8%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건연구원은 지난해 유전질환자와 가족 약 900명의 전장 유전체 데이터와 진료 기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박미현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 보건연구관은 “담당 의사와 유전체 분석, 진단 전문가들이 회의를 거쳐 진단참고용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확진 검사와 상담을 진행했다”며 “진단이 어려웠던 환자 중 137명을 추가로 진단해 진단율은 36%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 등록부터 상담까지 평균 2~3개월 걸려 얻은 결과다.
전장 유전체 검사가 기존 유전자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한 유전적 변이를 발견한 사례도 있다. 박미현 연구관은 “가족성 피부와 안면부 종양, 골밀도 저하를 보이는 60세 여성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검사를 진행해 치료 방법을 바꾼 경우도 있다”며 “미진단 사례를 위해 희소질환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도 새로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올해 시범연구로 급성중증 신생아 11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신속 전장 유전체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전장 유전체 분석 시간을 단축시킨 검사다. 박미현 연구관은 “중증 신생아처럼 치료가 급한 사례에 적용하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시료 수집부터 결과 전달까지 7일이 걸리며, 11명 환자 중 5명의 유전변이를 진단하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과 영국, 호주를 포함한 15국은 전장 유전체 기반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영국과 호주, 네덜란드, 일본은 희소질환자를 전장 유전체로 진단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영국은 2013~2018년 10만명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 데 이어 신생아를 대상으로 희소질환을 찾아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에서 희소질환자에 대한 다양한 국가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유전자 진단을 위한 첨단기술도 의료서비스체계로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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